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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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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드 사건과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2005년 2월 9일 영국 블레어 총리는 성명을 내 30년 전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블레어 총리는 "그들이 겪은 시련과 부당함에 사과를 표한다"며 "가족들이 겪은 상실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고 밝혔다. 도대체 3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국가를 대표하는 총리가 뒤늦게 사과까지 했을까? 사건은 1975년 10월 5일 영국의 어느 술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된 젊은이들 1975년 10월 영국 길포드 술집에서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Irish Republican Army) 테러와 관련해 폴 힐(Paul Hill), 제리 콘론(Gerry Conlon), 패트릭 암스트롱(Patrick Armstrong), 캐롤 리처드슨(Carole Richardson)라는 이름의 4명의 청년이..
국가정책에 무너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 암소/이문구/1970년 한국 유기농업의 발상지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3년 만에 해결됐다고 한다. 국토해양부와 농민 측이 유기농 하우스단지가 있던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자는 종교계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데 못내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일방통행식 국가정책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이 여론의 관심 저 편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행복이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원칙이라지만 그 지고지순한 원칙보다는 다수의 행복을 가장한 위장 민주주의가 횡횡하는 현실에서 그것 때문에 소외받는 소수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희생양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위한 거룩한 제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실제 두물머리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복..
민초들의 희망을 허무주의적 시선으로 그려야만 했던 이유 사평역/임철우/1983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댐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
직선을 그릴 수 없었던 한 만화가의 절규 직선과 독가스-병동에서/임철우/1984년 생각해 보세요. 난 지금껏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약하고 힘없는 소시민 그대로지요. 게다가 보시다시피 겨우 오십 킬로그램 근처에서 체중기가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타고난 약골인 데다가 아직껏 닭 한 마리도 목 비틀어 죽여본 적이 없는 겁쟁이입니다. - 중에서- 그야말로 소시민이었던 이 남자가 지금은 정신병동에서 감호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숨통을 조여오는 독가스에 자기의 일은 물론 일상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독가스의 정체는 군대에 있을 때 사방을 밀폐시킨 천막 안으로 방독면을 쓴 채 오리걸음으로 들어가 훈련조교들의 명령에 따라 방독면을 벗은 이삼 분 동안에 눈물 콧물 질질 흘렸던 기억을 떠..
그는 5월 광주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다 이순원의 /1990년 오늘은 5·18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이다. 1995년 5·18특별법이 제정되고 1997년에는 5월18일이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으니 국가 공식 기념행사로는 16번 째를 맞는 셈이다. 그러나 기념행사 그 어디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취임 첫 해 딱 한 번 참석한 이후 4년째 불참이다. 그 첫 해에도 기념행사 식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삭제해 논란을 일으켰던 그였다. 더욱이 올해는 그 흔한 국무총리가 대독하던 대통령 기념사마저도 없었다. 얼마 전 버마(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은 미얀마이나 쿠데타 정권을 인정할 수 없는 나는 버마로 쓰겠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수치 여사를 만나 민주화 운운하더니 그가 지나온 자리마다 짙게 드리워진 ..
분단이 잉태한 또 하나의 수난 이대 이원규의 /1987년 이원규의 소설 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하근찬의 소설 (1957년)를 떠올리게 된다. 일제 강점기 말기 징용에 나가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만도, 만도의 아들 진수는 한국전쟁에서 한 쪽 다리를 잃게 된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도가 아들 진수를 업고 건너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서로의 팔과 다리가 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부자의 현실에 가슴 찡한 감동이 몰려온다. 가 수난의 원인이 전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시대에 의한 피해자들인데 반해 은 고착화된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비극이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와는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을 보게 된다. 2011년 12월25일 광주고법에서는 의미있는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납북 어부 간첩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
김근태, 그는 20세기 한국의 바비도였다 김성한의 /1956년 "부패하고 폭력적인 군사독재정권과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한 선생의 일관성은 정의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줬고 변화를 향한 도정에서 전환점이 됐다." -케네디 인권센터 설립자 캐리 케네디의 서한 중에서- 그가 갔다. 남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겨울을 남겨둔 채 홀로 그렇게 그는 갔다. 세상을 향해 아직도 할 말이 많은 그였지만 파킨슨이라는 또 하나의 억압자에 의해 말과 행동을 구속당한 채 끝내 고통없는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김근태. 그는 시대의 양심이었고 한국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민주정부 10년의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 민주주의의 산증인이었다. 나는 감히 그를 한국의 바비도..
4.3항쟁 진압군인이 폭로한 국가폭력의 비인간성 오영수의 /1960년 최근 KBS의 이승만과 백선엽 다큐, 이어진 일부 보수단체의 박정희 동상 건립이 마치 하나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은 KBS가 이승만과 백선엽 다큐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 예상되는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독재자 이승만과 친일파 백선엽 미화와 찬양의 마지막 종착역이 바로 박정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승만 전대통령은 한국전쟁 전후로 자행된 수많은 양만학살에도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거대 보수신문의 케이블 종편(종합편성) 진출로 보혁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란은 더욱 점입가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수의 소설 도 이승만 정권 시절 자행된 양민학살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영수의 소설로는 다소 의외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역사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