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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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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가 청소부를 사랑한 이유 문순태의 /1988년 세상에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이율배반적인 선전선동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5공화국의 전두환이 그랬다. 그는 12·12 쿠데타를 일으켰고 수많은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으며 양심있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았고 심지어 갖은 탄압과 고문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5공화국의 4대 국정지표 중 하나가 바로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그뿐인가. 전두환이 만든 당의 이름은 '민주정의당'이었다. 결코 정의롭지 못했던 아니 가장 불의했던 정권이 정의를 외친 것이다. 언제나 맑고 숭고하다고 여겼던 단어 하나가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동안 그렇게 믿고 살았던 소시민들도 동시에 나락으로 추락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담양 추월산 아래 대장간에서 시우쇠를 다루는 대장장이었으나 지금은 광주..
신탁통치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해 김영수의 /1946년 1945년 12월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모스크바 3상회의는 세계사적 의미와는 별개로 한국 현대사에서는 이념대립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던 미국과 영국, 소련 외상대표들로 구성된 모스크바3상회의는 한국의 전후문제 처리방안을 발표했는데 한국을 독립국가로 재건설할 것과 한국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미·소공동위원회의 역할, 한국임시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신탁통치안 확정 등 3개안이었다. 특히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꿈꾸고 있던 민중들에게 신탁통치는 일제 강점기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극심한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언론의 왜곡보도도 한 몫 했다. 미국의 4개국 대표(미국,영국,소련,중국)에 의한 신탁통치안과 소련이 주장..
친구야, 사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이봉구의 /1958년 블로그를 멀리 한지 벌써 넉달이 다 되어간다. '일일 일포스팅'이라는 나름의 원칙을 지켜오다 5월 중순 정확히 말하면 5월19일 이후로 포스팅도 건너뛰는 날이 많아졌고 내 블로그를 찾아준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포스팅을 해보지만 안그래도 허접한 글에 먹물만 더 번지게 할 뿐이었다. 5월19일.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토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밝게 인사하고 헤어졌던 직장동료, 이 친구가 일요일부터 연락을 끊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결근이나 지각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두철미한 친구였던 터라 며칠 동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마침내 수요일 저녁 이 친구를 찾았다는 소식으로 찰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제(화요일) 한 ..
'포대령' 누가 그를 과대망상증 환자로 만들었나 천승세(1939~)의 /「세대」63호(1968.10) 문명의 이기는 인간에게 늘 행복만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단순히 철학적, 종교적 의미의 행복을 논하기 위한 자문이 아니다. 행복의 질을 논하기에 앞서 문명의 이기와 그로 인한 생활의 진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 행복 사각지대를 연명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집단과 사회라는 단어로 똑같은 군집생활을 동물과 차별화하는 인간이지만 실상은 동물 집단보다 더한 약육강식이 횡횡하는 곳이 인간 사회다. 어쩌면 사회라는 말은 이성의 남용이고 인간의 자만인지도 모른다. 소외된 사람이 있어야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는 동물이 인간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최소한의 소외된 자들이 존재해야 하는 곳이 사회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어야 ..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 [20세기 한국소설] 중 채만식의 『논 이야기』/「협동」(1946.10)/창비사 펴냄 파출소 한 켠 긴 의자에는 늘 한 남자가 자고 있다. 넥타이는 반쯤 풀어져 있고 양복 윗도리는 의자에 걸쳐져 있으며 흰색 와이셔츠는 바지 밖으로 삐져나와 추레하기 짝이 없다. 신문지로 경찰서 아니 스튜디오의 환한 조명을 가리고 자고 있는 이 남자. 그도 평범한 늑대인지라 여우의 향기에 벌떡 일어나 방청객을 향해 사자후(?)를 토해낸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방청객들은 박수를 넘어 열광적인 환호로 이 술취한 남자의 등장을 맞이해 준다. 많은 논란 끝에 폐지되었던 KBS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박성광은 이렇게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방청객들과 시청자들은 묘한 카타르..
소설 '감자'를 통해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보다 김동인의 /1925년 어제(12월8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과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 파병 동의안' 등 그동안 여야 대립이 심했던 법안들도 예산안 처리와 동시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벌써 3번째 예산안 '날치기'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외쳐대는 '소통'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먹통'만 남은 꼴이 되었다. 한편 언론의 관심이 온통 '난장판 국회'로 쏠려있는 동안 내년도 예산안에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에 항의하며 잠적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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