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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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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 있다가 천년 뒤에나 오고싶으오 소원 -고 은- 제주도 삼년동 똥도야지가 똥 먹고 나서 보는 멍한 하늘을 보고 싶으오. 두어달 난 앞집 얼룩강아지 새끼의 빠끔한 눈으로 어쩌다 날 저문 초생달을 보고 싶으로. 지지난 가슬 끝자락 추운 밤 하나 다 샌 먼동 때 뒤늦어 가는 기러기의 누구로 저기네 저기네 내려다보는 저 아래 희뿜한 잠 못 잔 강물을 보고 싶으오. 그도 저도 아니고 칠산 바다 융융한 물속의 길찬 가자미 암컷 한두분 그 평생 감지 않은 눈으로 조기떼 다음 먹갈치떼 지나가는 것 물끄럼 말끄럼 보고 싶으오. 폭포나 위경련으로 깨달은 바 너무나 멀리 와버린 내 폭압의 눈 그만두고 삼가 이 세상 한결의 짐승네 맨눈으로 예로 예로 새로 보고 싶으오. 거기 가 있다가 천년 뒤에나 오고 싶으오. **오늘은 포스팅을 쉽니다. 빈걸음 할까 보아..
한글날, 나는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며칠 전 출근길 버스 안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두 여학생의 대화에 그만 설잠을 깨고 말았다. 고등학생이나 많아야 대학 새내기 정도 돼 보이는 이들의 대화는 그야말로 당황스러움을 넘어 충격이었다. 아마도 한 여학생의 남자친구에 관한 얘기를 하던 모양인데 이들의 대화 중에서 욕을 빼 버리면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욕설과 그들만의 언어로 넘쳐났다. 방송으로 보여준다면 '삐~익' '삐~익'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었을게다. 쫑긋 선 승객들의 귀는 이들이 버스에서 내리고서야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더러는 혀를 차는 어르신도 있었고 히죽거리며 이들의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또래 젊은 친구들도 있었다. 잠이 확 깨 버린 나도 한심어린 시선으로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