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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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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쉬는 '여름과 겨울 논쟁'에서 왜 패배했을까 메소포타미아(수메르) 신화에서 에메쉬(Emesh)는 식물의 신으로 지상의 숲들과 들과 양과 말에 대해 책임을 맡기려는 엔릴의 소망에 따라 창조되었다. 그는 땅의 풍요로움 및 여름과 관련이 있다. 도상학에서 쟁기를 든 알려지지 않은 신이 에메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에메쉬 이야기는 단독으로보다 ‘여름과 겨울 논쟁’이라는 수메르 창조 신화 속 일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에 관한 논쟁 또는 에메쉬(Emesh)와 엔텐(Enten) 신화는 기원전 3000년 경에 토판에 쓰여진 수메르 창조 신화다. 수메르 문학을 통해 알려진 일곱 가지 논쟁의 주제가 있는데 그 중에는 양과 곡물의 논쟁, 새와 물고기의 논쟁, 나무와 갈대의 논쟁, 은과 구리의 논쟁 등이 있다. 이 주제들은 글이 완성된 후 몇 세기 ..
윤동주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 저녁 출근길 촉촉이 젖은 길가에 흐드러진 벚꽃이 터널을 만들었다. 벚나무 허리 아래로는 개나리가 질세라 노란 빛깔을 연신 뿜어내고 있다. 저만치 목련은 이미 작별 인사를 할 모양인지 고개를 숙인다. 멋없는 자동차들은 벚꽃 터널을 무심하게 씽씽 내달리고 있다. 연신 하늘만 쳐다보며 걷다보니 목이 다 아프다. 이런 나를 노란 달이 벚꽃 사이로 빼꼼이 엿보며 웃고 있다. 아! 드디어 봄이 왔나 보다. 유난히 길었던 올 겨울도 끝내는 봄빛에 길을 내주고 마는구나.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자연의 봄은 왔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았을 뿐이다. 4년이 그랬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마음의 봄은 늘 잿빛 꽃으로 물들었다. 봄놀이 간 아이들은 겨울에 갇혔고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4..
긴긴 겨울밤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 그리스 신화에서 벗어나라 신화 읽기의 핵심은 알쏭달쏭한 이야기 속에서 상징(메타포, metaphor)을 찾는 것이다. 가령 그리스 신화에서 '외짝신 사나이'로 불리는 영웅이 있다. 이아손, 영어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성(姓)인 Jason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 바로 이아손이다. 이아손은 삼촌에게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고국으로 가는 도중에 물살이 센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한 노파를 업어서 강을 건너게 해 준다. 무사히 강은 건넜지만 이아손은 신발 한 짝을 물살에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외짝신은 이아손이 조국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아손이 업어서 강을 건너게 해 준 그 노파가 다름아닌 헤라 여신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신화는 왜 쓸모없는 신발을 이야기의 전면에 내..
방사능비에도 꽃다지에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방사능비다 황사비다 해서 기분좋게 내리는 비에도 지나가는 사람마다 우산을 받쳐드는 모습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늘 그리던 봄비처럼 소리없이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질법한데도 우산을 받치지 않으면 왠지 뻘줄할 것 같았죠. 자연의 선물을 거부해야만 하는 아쉬움을 달랠겸 해서 출근길에 꽃다지를 들렀습니다. 띄엄띄엄 달라붙은 초록이 겨울을 버티지 못할 것 같더니만 어느새 싱그런 빛으로 새단장을 했더군요. 끝날줄 모르는 불경기로 졸업 입학 시즌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하시던데 오랫만에 찾은 어제는 주문받은 꽃바구니를 만드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사장님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처럼 우리네 팍팍한 삶도 봄빛으로 충만하길 기대해 봅니다.
이 겨울 따끈따끈하게 녹여줄 소설 뭐 없을까요? 잠깐의 외출에도 칼바람이 겹겹이 두른 갑옷을 뚫고 살갗을 파고듭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더니 옛말인가 봅니다. 그래도 어릴 적엔 이 말이 맞아들어가는 게 신기했는데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순리마저 왜곡시켜 버린 것 같아 씁쓸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대개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돌아올 월요일에 마음이 초초해지곤 하는데 저는 일요일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녁에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1년이 넘게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아직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이 신이 부여해준 인간의 순리라면 이 일을 접는 순간까지 일요일 아침이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판도라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열어젖힌 상자에서 여태 튀어나오지 못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그 무엇이 있기에 스스로를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