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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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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허위의식을 고발한 촌철살인의 한마디 섬섬옥수/황석영/1973년 드라마 속 가난한 여주인공 앞에는 늘 '실장님'이 등장한다. '실장님'의 포스는 외모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게다가 상대가 하류인생일수록 더 깍듯해지는 매너까지. 어디 하나 빠진 구석이 없는 완벽한 남자가 드라마 속 '실장님'의 캐릭터다. 또 한가지 뻔한 사실은 '실장님'은 늘 재벌가 2세거나 속칭 잘 나가는 기업의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차세대 실력가라는 점이다. 그런 '실장님'은 꼭 한 여성의 비루한 인생을 책임진다는 게 알고도 속는 인기 드라마의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그저그런 삶을 살아왔던 여자 주인공은 비로소 신데렐라가 되어 여성 시청자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에 이른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란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이 아닌..
남한 자본주의의 축소판, 강남을 말하다 황석영의 /2010년 1995년 6월29일. 전역을 3개월 앞두고 2년여 군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날이었다. 며칠을 몸에서 삭힌 악취는 내무반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냈다. 사회와 격리되고 또 며칠은 더한 오지로 한번 더 격리되어 생활했으니 TV 속 세상이 궁금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비로소 전우의 악취가 내 코를 자극하기 시작할 즘 TV 속 화면에 누구랄 것도 없이 동작그만을 하고 말았다. 분홍색깔 기둥이 텔레비전 양 기둥을 받치고 그 사이로는 무너진듯 한 건물 잔해들 위에서 여태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지만 분명 꿈을 꾼듯 했다. 꿈을 꾼듯 했지만 분명 현실이었다. 백화점이 무너졌단다. 대학 때문에 서울 생활 갓 1년 하고 군대에 온 지방촌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