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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30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2)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네사 캐리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 펴냄

 

“DNA는 대본에 가깝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해보라. 1936년에 조지 큐커 감독은 이 작품을 레슬리 하워드와 노마 시어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만들었다. 60년 뒤에 배즈 루어먼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만들었다. 둘 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기본 대본으로 삼았지만, 두 영화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시작은 같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 암호를 읽을 때에도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같은 대본을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_본문 중에서

할아버지의 식습관이 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산모의 영양 상태가 태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면? 후성유전학자 네사 캐리의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원제 : The Epigenetics Revolution)는 DNA의 운명이 ‘사용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소개해주는 후성유전학 입문서이다. 음식이나 화학물질, 아동 학대 등으로, 잠들어야 할 유전자가 깨거나, 깨어 있어야 할 유전자가 잠들거나 하는 생명현상을 하나 가득 소개해준다. DNA의 염기 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후성유전학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스위치가 켜지거나) 발현되지 않거나(스위치가 꺼지거나) 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후성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임신초기 석 달 동안 산모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아이가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고, 할아버지가 소년일 때 비만아였다면 그의 손자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어른은 자살할 확률이 보통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현상은 DNA 염기 서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즉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즉 아이의 DNA 염기 서열에는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뱃속에서의 초기 경험이 수십 년간 아이에게 계속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유전정보가 아닌 무엇인가가 유전자의 스위치 위치(ON/OFF)를 거꾸로 돌려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화학 물질과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환경 자극과 경험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물론 환경과 경험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적 변형’을 본성(유전정보)과 양육(환경)을 잇는 ‘잃어버린 고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후성유전적 현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이는 DNA에 메틸기가 달라붙거나(DNA 메틸화), DNA가 감겨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거나(히스톤 변형) 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부모로부터 멀쩡한 DNA를 물려받더라도, 환경 등의 영향으로 DNA에 메틸기가 달라붙거나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발현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침묵해야 할 유전자가 발현될 수가 있다. 유전자가 발현되어야 할 상황에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아야 될 상황에 발현되면 몸에 문제가 쌓일 수밖에 없다.

DNA에 메틸기가 달라붙거나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면,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나 세포의 기능뿐 아니라 세포 자체가 변할 수 있다. 켜져야 할 유전자가 꺼지거나, 꺼져야 할 유전자가 켜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세대를 넘어 자식에게 유전되기도 한다. 가령, 임신 초기에 임산부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태아의 세포들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고, 이 패턴은 수십 년간 고정될 수 있다. 이 아이들의 세포는 제한된 영향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램밍되어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일은 DNA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고도, DNA 메틸화 혹은 히스톤 변형만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극단적인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1944~1945)에 살아남은 생존자를 조사해본 결과, 임신 초기의 석 달 동안 굶주렸던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평균 아이보다 비만율이 더 높게 나타났고,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 실험을 예로 들면, 수컷 흰쥐에게 고지방 먹이를 실컷 먹여 과체중으로 만든 후 정상 체중의 암컷과 짝짓기를 시키면, 그 새끼들에게서 당뇨병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어도 설치류에서는, 아비의 영양 섭취가 자식의 유전자 발현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대부분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는데도, 50대 이후가 되면 DNA 메틸화와 히스톤 변형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성유전적 차이가 일란성 쌍둥이의 차이를 빚어내었던 것이다.


그러면 후성유전학은 어린 시절의 학대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연구 결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들에게서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이 정상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뇌에서 유전자 발현에 변화를 초래했고, 이것이 계속 유지된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게 코르티솔의 양이 많은 상황은, 마치 여름철에 겨울철 보일러와 방열기가 계속 작동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우리 유전자가 자신이 부계에서 기원했는지 모계에서 기원했는지를 기억한다거나(각인), 여성의 X염색체 중 하나는 모든 세포에서 무작위적으로 비활성화된다거나, 특정 종류의 miRNA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암이 생긴다거나 하는, 후성유전적 변형과 관련이 깊은 흥미로운 현상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왜 정자 1개와 난자 1개가 합쳐져야만 아기를 만들 수 있는지, 클로닝(동물 복제)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일부 식물은 개화하기 전에 반드시 추운 시기를 겪어야 하는지, 유전자가 같은데도 여왕벌과 일벌의 형태와 기능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얼룩고양이는 왜 모두 암컷인지 등 궁금증을 일으키는 후성유전적 사례도 함께 접할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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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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