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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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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민주인사의 이중생활 가면/이경자/1990년 1990년대 인기 드라마 중에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1991년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였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이 드라마가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 속 ‘대발이 아버지’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지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아무리 호랑이처럼 엄한 가부장적 아버지상이지만 결국에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이 집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자유분방한 며느리를 들이고 나서 ‘대발이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권위는 조금씩 조금씩 도전을 받게 되는데……. 1987년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코믹하게 그린 이 드라마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을 맡았던 이순재는 이 인기에 힘입어 국회의원까지 당..
오자의 기행으로 본 질서정연한 보편적 권위의 실체 오자(誤字)/김형수/2012년 소설 제목보다는 수필 제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오자(誤字)'란 말 그대로 '잘못 쓰인 글자'를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수히 많은 글자들 속에 꼭꼭 숨어있는 '오자'를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아마도 책이라는 소름 끼치게 치밀한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진 해방감을 만끽했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처럼 저자와 책의 완벽함이 구축해놓은 장벽이 비로소 무너지는 느낌같은 것 말이다. 한편 '오자' 하면 떠오르는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4.11총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어느 스포츠 스타가 박사논문 표절로 자격시비가 한창일 때 표절의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자료가 바로 '오자'였다. 즉 오자만큼은 표절..
세 남자가 사냥으로 깨달은 철학적 의문 셋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김연수/2001년 1980년대와 1990년대 대학가 풍경은 누가 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에 대한 성취감과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에도 불구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지 못했던 좌절감이 혼재된 시대였고 새로운 신세대 문화가 태동하는 시기였기에 1990년대 대학가는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가 서서히 싹트는 시기였다. 한편 1980년대와 달라진 1990년대 대학가 풍경은 필자가 새내기였던 1992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는 게 좀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1991년에 발생했던 많은 정치적 사건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진영의 분열로 6월 항쟁 이후 다시 정권을 잡게 된 노태우 군사 정권이 집권 4년차로 접어들면서 공안통치의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