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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14 제우스의 여신들④ 므네모시네, 기억의 두 얼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장이다.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하지만 개그 소재로써의 이 말은 국회 청문회의 단골손님이다. 결국에는 다양한 정황이나 물적 증거로 인해 진실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청문회 증인 입장에서는 위증죄를 벗어나기 위해 이만한 발언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 피의자나 증인들의 청문회나 법원, 헌법재판소 심문 과정에서 보았듯이 기억Memory은 그렇게 개인의 편의에 의해 재생되기도 하고 망각되기도 한다. 즉 필요에 의해 불러내기도 하고 왜곡시킬 수도 있는 것이 기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모든 지적 활동과 진보는 기억 능력을 토대로 발전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생명과학대사전에 따르면 기억의 사전적 의미는 인상, 지각, 관념 등을 불러 일으키는 정신기능의 총칭. 사람이나 동물이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하는 현상이다. 새로운 경험을 저장하는 작용, 기명된 내용이 망각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작용, 유지하고 있는 사항을 회상할 수 있는 활동을 기억의 3요소라 한다. 기억은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시간적 측면에서 불필요하면 잊게 되는 단기기억과 장시간, 때로는 평생 동안 유지되는 장기기억이 있다.


기억이 인류 발전의 토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정상적인 일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트라우마Trauma다. 외상 또는 정신적 외상이라고도 하는 트라우마는 장기기억되는 과거의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이다. 과거의 무서운 기억이 현재를 지배하는 경우다. 이렇듯 기억은 과거의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기도 하고 특정한 상황에서 되살아나기도 하는데 사고나 시간에 의해 정보소환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건망증이나 기억상실, 치매가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기억'이란 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그리스 신화 속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ine에서 시작되었다. 건망증을 의미하는 영어 'amnesia'에서 'mne'이 바로 '기억'이라는 뜻이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진>구글 검색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므네모시네는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12명의 티탄 중에 한 명이다.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12명의 티탄족 외에도 폰토스와 키클로페스 삼형제, 헤카톤테이르 삼형제의 부모이기도 하다. 참고로 티탄족에는 6명의 남신과 6명의 여신이 있는데 므네모시네를 비롯해서 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크리오스, 히페리온, 이아페토스, 크로노스, 테이아, 레아, 테미스, 포이베, 테티스 등이 그들이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므네모시네가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의 딸이라고도 한다.


므네모시네는 저승에서 기억의 연못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죽은 사람이 환생할 때 므네모시네의 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반대로 저승에는 레테의 물도 있는데 므네모시네의 물과 달리 레테의 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 흔히 '레테의 강을 건넜다'고 할 때는 죽어서 전생의 기억을 잃고 이승과의 연을 완전히 끊었다는 의미다. 또 트로포니오스 신전 앞에는 레테의 샘물과 므네모시네의 샘물이 흐르는데 이 물을 차례로 마시면 이전의 기억은 모두 지우고(레테의 샘물) 신탁은 기억하게(므네모시네의 샘물) 된다고 한다. 


 9명의 뮤즈, 무사이muses. 사진>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존재는 9명의 뮤즈 즉 무사이Muses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박물관을 의미하는 영어 Musium이나 음악을 의미하는 Music의 어원이 된 무사이 여신들의 아버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람둥이 난봉꾼 제우스다. 제우스가 힘과 지혜에 이어 드디어 지적 능력까지 얻게 된 셈이다. 사실 신들의 계보로 따지면 제우스는 므네모시네의 조카에 해당한다. 므네모시네가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와 남매지간이기 때문이다. 제우스와 므네모시네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데는 기간토마키아Giganthomachia라는 신들의 전쟁과 관련이 있다.


제우스가 거인들 즉 기간테스와 싸운 전쟁을 '기간토마키아'라고 하는데 기간테스는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에 의해 잘린 제우스의 할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흘러내린 피가 땅에 떨어져 태어난 거인들이다. 즉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식들인 셈이다. 기간토마키아는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압하고 올림포스의 주인이 된 뒤에 그에게 대항했던 티탄족(제우스의 삼촌과 고모들)을 지옥에 가둠으로써 시작되었다. 제우스의 패륜에 화가 난 가이아가 기간테스를 부추겨 올림포스 신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기간토마키아는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끝이 났는데 제우스는 승리의 축가를 만들의 그 기쁨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간토마키아에서 제우스 편에 서서 그 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던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가 필요했다. 제우스와 므네모시네는 올림포스 산 동쪽에 있는 피에리아에서 9일 밤낮을 관계해 9명의 무사, 무사이를 낳았다.


9명의 무사이는 기억에 기반한 지적 활동을 관장하는 여신들이다. 9명의 무사이가 관장하는 각각의 지적 활동을 보면 칼리오페Calliope는 서사시, 클리오Clio는 역사, 에우테르페Euterpe는 서정시, 탈리아Thalia는 희극과 전원시, 멜포메네Meipomene는 비극,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는 합창가무, 에라토Erato는 독창, 폴리힘니아Polyhymnia는 찬가, 우라니아Urania는 천문을 담당했다. 9명의 뮤즈들 중에서도 칼리오페는 그리스 신화 최고의 음악가인 오르페우스의 어머니였고, 클리오는 히아킨토스의 어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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