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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6 책과 신화 속 로또, 화수분은 어떤 의미일까? (27)

로또명당이 있단다. 하기야 한 번 일등 당첨자 내기도 힘든데 대여섯번씩이나 일등을 배출했다면 가히 명당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로또명당이라 불리는 어느 곳은 관광코스가 됐다니 한 번 불붙은 로또열풍은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다. 반면 관계당국은 로또의 사행성 때문에 2,000원 하던 게임당 지불되는 비용을 1,000원으로 줄이고 최고당첨금액도 대폭 내렸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정부가 허가를 내주고 한편으로는 도박의 일종이라며 규제하고, 마치 정부가 직접 담배장사를 하면서 폐암의 위험이 있다며 정부차원의 금연운동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로또를 목숨걸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얼마나 생활이 팍팍하면 안될줄 뻔히 알면서 그 속에 희망을 담아내는 것일까? 고상한 분들은 사행성 조작이니 도박이니 하면서 철없는 행동으로 비난하지만 오죽 희망이 없으면 그럴까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타박하고 조롱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누구나 일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정당한 땀의 댓가를 받고 있는지 먼저 반성해 볼 일이다. 

이렇게 말많은 로또가 오늘날 갑자기 생긴 서민들의 꿈(?)은 아닌 모양이다. 책과 신화 속에도 '화수분'이라는 이름으로 궁핍한 삶을 사는 이들의 실낱같은 희망으로 존재하니 말이다. 한편 책과 신화 속에 존재하는 로또, 화수분은 갑작스런 횡재가 아닌 일종의 필연법칙이 적용된다. 화수분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통해 화수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얼굴들을 살펴보자.

화수분(貨水盆)은 말 그대로 재물과 물을 담아놓는 단지를 말한다. 그러나 그저그런 단지가 아니다.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는 단지가 화수분이다. 물을 물쓰듯 해도 항상 화수분에는 풍요로움이 있다. 원하는 대로 금이 쏟아지는 도깨비 방망이도 이 화수분의 일종이다. 또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는 어떤가? 램프 주인의 소원하는 것은 죄다 이루어주니 이 또한 화수분일 것이다. 도깨비 방망이와 요술램프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착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 화수분이었다. 그렇게 어릴 적 동화 속에 나오는 화수분은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화수분(貨水盆)의 어원은 하수분(河水盆)이라고 한다. 강물을 담아놓은 단지. 이게 무슨 말일까?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진시황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황이 누군가, 역사상 위대한(?) 폭군 중 한 명이 아닌가,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을 쌓은 인물이 아닌가, 당시 진나라에는 물동이가 하나 있었는데 얼마나 컸던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을 당시 군사 수십만을 동원해 큰 구리로 항아리를 만든 다음 여기에 황화강 물을 가득 채우게 했다. 군량미와도 같은 개념이었을게다. 어쨌든 군사 수십만이 동원됐으니 그 항아리는 얼마나 컸겠으며 그 양은 얼마나 많았겠는가? 또 만리장성 축조와 하수분(河水盆)을 채우는데 얼마나 많은 군사와 백성들이 희생당했겠는가!  여기서 화수분(貨水盆)은 권력의 억압과 폭력과 압제의 상징이다.  

전영택이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소설 <화수분>을 기억할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또한 화수분이다. 지질이도 가난한 화수분 가족에 대한 반어적 의미일 것이다. 식민지 시대를 사는 이 가족의 궁핍한 삶을 주제로한 소설 <화수분>은 주인공 화수분과 아내가 북풍한설 몰아치는 황량한 고갯길에서 아이를 보듬고 쓸쓸히 동사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다행히 어미와 아비의 품에 있던 아이만은 죽지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구출된다. 화수분은 궁핍한 민중들의 꿈이요 희망이며 또 구원의 상징이다.

화수분 이야기는 성경에도 있단다. '사르밧 과부의 항아리'라는 말로 전해오는데 이스라엘에 수년간 비가 오지 않아 흉년이 계속되고 사람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엘리사라는 하느님의 종이 이곳 이스라엘 땅 어느 과부집에 들러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오랜 흉년 탓에 이 과부에게 가진 거라곤 밀가루와 기름만 약간 있었을 뿐이다. 이 과부는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빵을 만들어 대접했다. 엘리사는 이 과부의 정성을 갸륵하게 여기고는 밀가루가 담겨있던 항아리에 매일 아침 빵이 넘쳐나게 해 주었다고 한다. 종교에서 말하는 기적이 화수분은 아니었을까?

화수분의 다양한 의미들을 살펴봤으니 이제 그리스 신화 한토막을 소개할까 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제1편에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라는 부부의 얘기가 등장한다. 화수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종종 사람으로 변장하고 인간세상으로 내려오곤 한다. 어느날 제우스는 아들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심부름꾼으로 통하는 헤르메스와 어느 작은 마을에 들러 하룻밤을 묵어가게 해 달라고 애원했으나 매정한 마을 사람들은 대문의 빗장을 걸어잠그고 퇴짜를 놓곤 했단다. 그러게 밑도 끝도 없이 인간세상에는 왜 내려왔을까?

그러나 단 한 집, 이 마을에서도 가장 초라해 보이는 집의 주인 필레몬 영감과 바우키스 할멈만은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집에 들이고 정성껏 대접했다고 한다. 워낙 궁핍하게 살고 있던 부부였지만 이 나그네들을 위해서 그동안 가꾸어 오던 채소며 오랫동안 간직해 두었던 고기와 포도주 등 있는대로 다 준비했다. 한참 식사가 무르익을 즘 필레몬 영감과 바우키스 할멈은 포도주를 따라도 따라도 술병에 새 술이 다시 가득 차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이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이 노부부에게 제우스는 자신들과 함께 뒷산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들이 산꼭대기에 도착할 즘 이 마을은 홍수로 모든 게 사라지고 이 노부부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결국 필레몬과 바키우스 부부는 죽을 때까지 신전을 지키는 신관이 되어 신들을 모시고 살았단다. 또 제우스는 이들이 한날 한시에 죽는 행운까지 주었다고 하니 신화에서 신들은 참 이기적(?)이지 않은가!

로또든, 화수분이든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회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밥 한끼 주는 게 포퓰리즘이고 신용불량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사회라면 허망한 대박의 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말로는 대한민국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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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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