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할머니

(2)
엽기적 결말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 명랑/천운영/200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입관하던 날 차마 울 수가 없었다. 앙상한 뼈 마디마디에 가죽만 볼품없이 붙어있었지만 얼굴만은 생전에 볼 수 없었던 너무도 편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포시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한테 퍼주기 좋아하셨지만 되돌아오는 건 배신과 가난뿐이었기에 술로 시름을 달래셨고 급기야 어디 성한 데 하나 없는 몸은 밤마다 들릴 듯 말듯 괴로운 신음소리만 연주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날만큼은 근심 걱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누워계셨으니 눈물을 훔치는 게 예의가 아니지 싶었다. 정작 서러운 눈물은 화장이 끝나고 아버지의 유골을 보여주었을 때였다. 남한테는 마냥 좋은 사람이 늘 그러하듯 아버지도 자식들에게는 그리 살갑지 못했고 게다가 나 또한 부침성 없는 성격이라 평생을 부자지간의 정을 제..
아버지의 흔적에 하염없이 눈물만 주룩주룩 한남철의 /1991년 유방암 수술, 당뇨, 골다골증, 고혈압…. 아버지가 떠난 후 종합병동인양 갖가지 질병을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어머니가 가장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미운 정도 정이라고 평생 무능력한 알콜 중독 남편을 떠나보내고 그 외로움은 어떻게 견디며 살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고단한 세월의 무게로 단련되었던지 그래도 몇 달 동안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도 그동안의 불효의 시간들을 만회라도 할까싶어 그 싫어하던 전화도 자주 하고 틈나는대로 집에 내려가는 걸 보면 아버지가 나에게 훈계라도 하려고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나 싶기도 하다. 얼마 전 집에 내려가서 우연찮게 아버지의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울컥하고 말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부자지간에 그리 살갑게 살아오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