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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9 아폴론과 다프네, 월계수가 된 사랑

【그리스 신화】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이다. 마라톤 우승자에게는 명예와 영광의 상징인 월계관을 씌워준다. 흔히 월계관은 월계수 잎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하나 고대 그리스 올림픽 제전에서는 올리브 가지를 엮어 월계관을 만들었다. 월계수 잎으로 월계관을 만들어 승리자에게 씌워준 것은 고대 그리스의 피티아 제전이었다. 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올리브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올림픽에서는 그 지역의 생태계에 맞는 식물로 월계관을 만든다고 한다. 가령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쓴 월계관은 참나무 가지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계관이 상징하는 명예와 승리의 의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월계관이 이런 의미를 갖는 데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폴론Apollon과 다프네Daphne의 슬픈 사랑 속에 등장하는 것이 월계수다.

 

아폴론, 델포이의 주인이 되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폴론이다.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Arthemis와는 쌍둥이 남매 지간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남매가 태어나면 대단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었다. 이 예언을 들은 헤라는 분만의 여신 에일레이티아Eileithyia를 통해 레토의 해산을 방해했다. 어쩔 수 없이 레토는 해산할 장소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으로 도망다녀야만 했다. 그러던 중 오르티기아 섬에 도착해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낳은 자식이 아르테미스였다. 레토는 아르테미스를 낳고도 아흐레 동안을 더 진통을 겪었는데 물론 헤라 여신의 방해 때문이었다. 결국 이웃 섬 델로스에서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의 도움으로 낳은 아들이 바로 아폴론이었다.


 ▲다프네와 아폴론. 사진>구글 검색

 

역시 신은 신이다. 아폴론은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아버지 제우스에게 황금 왕관과 현악기 리라, 백조가 끄는 마차를 받고 델포이로 떠났다. 이 델포이에는 왕뱀 피톤이 있었는데 피톤은 헤라의 명령으로 에일레이티아와 함께 레토의 해산을 방해하는 데 한 몫 했던 전력이 있었다. 아폴론은 평소 사냥에 쓰던 화살을 이용해 왕뱀 피톤을 사살했다.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그 유명한 델포이의 신탁은 왕뱀 피톤이 자신의 어머니인 가이아 신전에서 아내 피티아를 시켜 신탁을 내리곤 했는데 이 사건으로 델포이의 신탁은 아폴론의 신탁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폴론은 왕뱀 피톤의 아내 피티아를 사람으로 변신시켜 신탁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한편 아폴론은 왕뱀 피톤을 죽인 사건을 기념해 피티아 경기를 창설했다. 이 때만 해도 피티아 경기에서 승리한 자에게 씌워준 것은 너도밤나무로 만든 관이었다고 한다. 월계수로 월계관을 만들어 승리자에게 씌워준 것은 이보다 더 훗날의 어느 사건 때문이었다.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월계수가 되다

 

피티아 제전의 승리자에게 씌워주던 월계관을 월계수 가지로 만든 것은 아폴론이 물의 신 페네이오스Peneus의 딸인 요정 다프네를 만난 이후의 일이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늘 활을 들고 다니는 두 명의 신이 있다. 아폴론과 큐피드의 화살로 유명한 에로스다. 참고로 큐피드는 에로스의 로마 신화 버전에 등장하는 쿠피도의 영어식 발음이다. 늘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 큐피드가 에로스다. 이 에로스의 장난으로 아폴론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상대가 바로 다프네였다.

 

거대한 왕뱀 피톤을 화살로 죽인 아폴론에게 활과 화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데 자기 말고 어떤 어린애(에로스)가 활을 가지고 다니면서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하찮고 건방지게 보였을까? 아폴론은 활에 얽힌 자신의 과업을 자랑하며 에로스를 무시했다. 이런 아폴론에게 화가 난 에로스는 아폴론, 당신의 화살은 다른 모든 것을 맞출지 모르겠지만 내 화살은 당신을 맞출 것이요.” 하면서 두 개의 화살을 꺼냈다. 에로스는 마침 지나가던 다프네의 가슴에 화살을 쏘았고 이어서 아폴론의 가슴에도 나머지 화살을 쏘았다. 그런데 에로스의 화살에는 특별한 마법이 있었다. 촉을 금으로 만든 금화살은 애정을 일으켰고 반대로 화살촉이 납으로 된 납화살은 그것을 끝없이 거부하게 만들었다. 아폴론이 맞은 화살이 금화살이었고 다프네가 맞은 화살이 납화살이었으니 이 후의 이야기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일방적으로 사랑을 구애하는 아폴론과 이를 거부하는 다프네 사이의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납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그야말로 사랑이 끔찍했다. 다프네의 미모에 이끌려 수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했지만 다프네는 그저 숲속을 거닐며 사냥하는 것 빼고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폴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달랐다. 세상에 보이는 것이라곤 다프네밖에 없었다. 아폴론은 델포이 신탁을 주인이면서도 자신의 운명만은 예언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만큼 에로스 화살의 위력이 대단했다는 것. 둘 사이의 쫓고 쫓기는 구애 전쟁은 끝날 줄 몰랐으니 다프네는 물의 신이자 아버지인 페네이오스게 간청했다. 계속 처녀로 살게 해 주던지 아니면 이런 상황을 만든 자신의 모습을 변신시켜 달라고.

 

페네이오스가 들어주었는지 아니면 다른 신이 들어주었는지 쫓기던 다프네의 몸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몸은 굳어지고 가슴은 부드러운 나무껍질로 덮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었으며 발은 뿌리가 되어 땅 속을 파고들었다. 얼굴은 가지 끝이 되었지만 그 미모만은 여전했다. 놀란 아폴론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가지를 포옹하고 나무에 키스를 했다. 물론 나무로 변신했음에도 다프네는 아폴론의 키스가 끔직했던지 움찔 하곤 했다. 슬픔에 빠진 아폴론은 절규하며 말했다.

 

그대와 나는 이제 결혼할 수 없게 되었지만 나는 그대를 나의 나무가 되게 할 것이요.나는 나의 왕관으로 그대를 쓸 것이고 나의 리라와 화살통을 그대의 가지로 장식할 것이요. 또한 위대한 정복자들이 개선 행진을 할 때 그들의 이마에 그대의 잎으로 엮은 관을 씌우리다. 그리고 그대의 잎은 늘 푸르도록 할 것이요.”

 

이 말을 하는 동안 다프네는 완전한 나무로 변해 있었다. 다프네가 변한 이 나무가 월계수였다. 이 사건 이후로 아폴론은 피티아 경기 승리자들에게 너도밤나무 대신 월계수 가지로 만든 월계관을 씌워주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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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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