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그 해 여름은 뜨거웠다. 뜨겁다 못해 온통 붉은 색으로 넘쳐났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붉은 색으로 채색이 되었다. 그 붉은 색은 다가올 더위마저 무색하게 할 뜨거운 함성을 담고 있었다. 2002한일월드컵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거대한 축제였다. 당시만 해도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는 지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응원단의 상징이 되었다. 단순히 소원이던 월드컵 개최의 꿈이 이루어져서 뜨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또 다른 소망과 바람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그 꿈은 월드컵 첫 승이었다. 간절함이 하늘을 감동시켰던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이라는 생애 다시 못볼(?) 드라마를 직접 지켜보고 있었다. 축구팬들의 바람과 선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일종의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였던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어떤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나 칭찬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면 그 상대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실제로 그 기대대로 된다는 심리학 용어를 말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말을 처음 들어본 독자라도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소설로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주홍글씨>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 미국)이 185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삼사십대 아니 적어도 필자처럼 40대 독자들에게는 기억이 새록새록 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겠다고 다짐하는 어니스트. 


 ▲ 조각상을 사랑한 남자 피그말리온. 사진>구글 검색


어니스트에게 첫번째로 나타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개리골더(Gather Gold; 금을 긁어 모으다)라는 백만장자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탐욕에 가득 차 있었다. 밝고 빛나는 '큰 바위 얼굴'과는 결코 닮을 수 없었다. 또 한 명의 '큰 바위 얼굴' 후보자는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Old Blood And Thunder; 늙은 피와 천둥)라는 장군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얼굴에서도 '큰 바위 얼굴'의 깊고 넓은 지혜와 자비심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어니스트에게 나타난 '큰 바위 얼굴' 후보는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 늙은 바위 얼굴)라는 성공한 정치가였다. 하지만 이 사람도 '큰 바위 얼굴'처럼 장엄하고 위풍당당하며 위대한 사랑을 담은 표정을 갖고 있지 못했다.


어니스트는 끝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노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이고 두 뺨에도 고랑이 파였다.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다. 노인이 된 어니스트 앞에 마지막으로 '큰 바위 얼굴' 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시인이었다. 하지만 시인은 '나의 사상과 생활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큰 바위 얼굴'이 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어니스트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은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마지막 후보였던 시인이 마침내 '큰 바위 얼굴'의 실체를 공개했다. 그는 바로 어니스트 자신이었다. 시인은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노인 어니스트를 보고는 그의 설교에는 사랑과 자애와 진실이 담겨 있다며 "어니스트야말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랬다. '큰 바위 얼굴'에 대한 어니스트의 간절한 바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 바위 얼굴'의 맑은 심성을 배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가장 적절하고 재미있게 표현해 주고 있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한 장면. 사진>다음 검색


그렇다면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용어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Pygmalion이 그 주인공이다. 키프로스에서 태어난 피그말리온은 뛰어난 예술가였다. 당시 키프로스 섬 사람들은 수호신으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모시고 있었다. 하지만 섬 여자들은 아프로디테를 성심성의껏 섬기지 않았는가 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자신에게 불경한 키프로스 섬 여자들에게 벌을 내렸는데 그게 바로 매춘이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은 이런 섬 여인들을 혐오한 나머지 독신을 고집했고  조각에만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피그말리온이 만든 작품 중에는 상아로 만든 여인 조각상이 하나 있었는데 피그말리온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피그말리온은 그 조각상을 밤낮으로 어루만지고 조각상의 입에 키스까지 하기도 했다. 마치 실제 여인인 것처럼.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 축제일에 신에게 자신의 소원을 기도했다. 그것은 바로 조각상과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조각상과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으리라. 축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여느 때처럼 조각상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순간 조각상은 서서히 살아있는 여인으로 변해갔다. 아프로디테가 그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친히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었으며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게 파포스Paphos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한편 조각상에서 실제 사람으로 변한 여인의 이름이 갈라테이아Galatea로 알려졌는데 어떤 그리스 고대 문헌에도 나오지 않으며 18세기 이후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이 피그말리온 신화는 1913년 영국의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영국)에 의해 <피그말리온>이라는 희곡으로 재탄생했다. 희곡 <피그말리온>은 1956년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졌으며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1964년에 같은 이름으로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피그말리온,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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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SO 2016.11.17 17: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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