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랑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년은 사랑했고 아팠다. 그리고 어른이 될 것이었다 소나기/황순원/1953년 어릴 적 살던 동네에 큰 방죽이 하나 있었다. 가을이면 여름내 논에 물을 대느라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맨살을 드러낸 방죽 바닥은 온통 미꾸라지 천지였다. 뻘같은 흙을 한 움쿰 걷어 올리면 미꾸라지 반 흙 반이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붕어들도 얼마 남지않은 물 속에서 연신 지느러미를 파닥거렸다. 이 때는 낚시대와 그물이 없어도 모두 능숙한 어부였다. 그렇게 놀다보면 어느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메아리처럼 들릴 듯 말 듯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방죽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여름에 있었다. 학교를 파하자마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방죽으로 뛰어들었다. 여자애들이 보든말든 상관없었다. 방죽 턱을 붙들고 지칠 때까지 물장구를 쳤고 발 끝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