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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4 에우로페, 50유로(EURO)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의 정체 (10)

그리스 신화/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⑨ 에우로페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44(현지시간)부터 새 50유로(2017 417일 기준 한화 약 60,800) 지폐의 유통을 시작했다. 50유로 지폐의 크기는 가로 140㎜·세로 77㎜다. 보도에 따르면 50유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유로화 지폐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ECB는 신권과 함께 구권도 법정통화로써 유통을 이어가면서 단계적으로 구권의 유통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로 사용되는 홀로그램(빛의 굴절 효과를 이용해서 모델로부터 굴절된 빛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에머랄드 빛으로 새겨진 ‘50’ 숫자 위와 지폐 끝에 기록되어 있는데 ‘50’ 숫자 위를 빛으로 비추면 여인의 초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지폐 끝 홀로그램 위에도 여인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데 이 부분은 빛을 빛을 비추면 투명하게 변한다고 한다.


 50유로 지폐 신권. 사진>구글 검색


그렇다면 50유로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은 누구일까? 각 나라마다 동전이나 지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새겨지곤 한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백 원짜리 동전과 천 원, 만 원, 오만 원권 지폐에는 각각 이순신 장군과 퇴계 이황,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인쇄되어 있다. 50유로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도 유럽을 대표하는 인물일 거라 추정되지만 유럽 각 나라도 아니고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경우라면 선뜻 떠오르는 인물이 없을 것이다. 50유로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의 초상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이다. ‘유럽이란 지명도 에우로페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화 속 인물이 어떻게 유럽을 대표하게 되었을까?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된 에우로페


에우로페(Europe)는 그리스 신화 속 페니키아의 공주였다. 에우로페는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페니키아의 왕인 아게노르와 텔레파사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훗날 테바이의 설립자가 된 카드모스, 소아시아의 킬리키아 왕이 된 킬릭스, 페니키아의 시조가 된 포이닉스와는 남매지간이다. 에우로페는 계보상 포세이돈의 손녀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포세이돈의 동생(형이기도 함)인 제우스였으니 할아버지와 손녀의 결합인 셈이다. 신화 속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우스는 페니키아의 시돈 해변에서 놀고 있는 에우로페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만다. 신 중의 신 제우스지만 바람기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여신이건 인간이건 가리지 않는다. 또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에우로페와 제우스가 변신한 황소. 사진>구글 검색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접근하기 위해 멋진 뿔이 달린 새하얀 황소로 변신했다. 그냥 보통의 황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우로페는 자신의 곁에서 풀을 뜯고 있는 황소가 어찌나 멋지게 생겼던지 마음의 경계를 풀고 황소 등 위에 올라탔다. 바로 그 때 황소는 해변으로 가더니 바다를 헤엄쳐 크레타 섬에 도착해 고르티나 샘 근처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멈춰 섰다. 순간 황소는 다시 제우스로 변신했고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에우로페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들이 라다만티스, 미노스, 사르페돈이었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늘 일방적이고 순간적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운 다음에는 천상에서 또 다른 상대를 물색하곤 했다. 결국 제우스에 의해 크레타 섬에 와서 세 아들까지 낳은 에우로페는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와 결혼하게 되었다. 재혼인 셈이다. 다행히도 아스테리오스 왕은 에우로페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을 양자로 맞아 들였고 훗날 자신의 후계자로 왕위를 물려주었다. 한편 제우스도 한 때 사랑했던 에우로페를 나몰라라 하기는 어려웠던지 그녀에게 세 가지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크레타 섬을 지켜주는 청동인간 탈로스와 던지면 절대로 과녁을 빗나가지 않는 창, 한 번 잡으면 절대로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사냥개였다. 한편 제우스는 에우로페를 유혹하기 위해 잠시 몸을 빌렸던 황소는 나중에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는데 황소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에우로페는 어떻게 유럽 대륙을 상징하게 되었을까?


 ▲크레타 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 사진>구글 검색


에우로페는 유럽이라는 지명의 어원이다. 신화 속에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크레타 섬에 납치해 갈 때까지만 해도 에우로페유럽의 범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국한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범위가 점점 넓어졌는데 기원전 5세기 역사가였던 헤로도토스에 의해 지중해 북부와 흑해 북부 지역을 아우르면서 지중해 동부의 아시아와 구분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들은 세계가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유럽의 어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에우로페가 정착한 크레타 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레타 섬은 유럽 문명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잔차키스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인 <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이기도 한 크레타 섬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동쪽의 메소포타미아와 남쪽의 이집트, 동북쪽의 소아시와 활발한 교류를 하며 다양한 선진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크레타 섬에서는 기원전 19세기를 전후해 미노아(미노스의 형용사형) 문명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크레타인들은 크노소스와 같은 화려한 궁전을 짓고 그리스 본토와의 전쟁을 벌여 승리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미노아 문명은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양 문명의 두 축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임을 감안하면 에우로페가 유럽의 어원이 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노아 문명은 에우로페의 세 아들 중 한 명이었던 미노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는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의 의붓아들이었던 미노스는 훗날 크레타의 왕이 되는데 헬리오스의 딸인 파시파에와 결혼하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였다. 이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곳이 바로 크노소스 궁전의 미궁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미노아 문명, 미케네 문명과 때로는 교류하면서 때로는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고대 도시 중에 아나톨리아 북서쪽(지금의 터키) 앗수아(Assuwa)라는 지역이 있었는데 앗수아는 22개 도시국가들의 연합체였다고 한다. 이 '앗수아(Assuwa)'가 오늘날 '아시아(Asia)'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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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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