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밥난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민초들의 희망을 허무주의적 시선으로 그려야만 했던 이유 사평역/임철우/1983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댐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