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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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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권리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엘비라 린도(Elvira Lindo, 1962~, 스페인/1994년 스페인 국민들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대결은 ‘엘 클라시코’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까지 흥분시킨다. 메시와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포진해 있는 이유도 있지만 ‘엘 클라시코’가 주목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독립선포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카탈루냐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이런 카탈루냐인들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로마리우는 바르셀로나 선수야! 지금의 스페인은 과거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을 기반으로 하..
"비가 그치고 나면 하늘에 뭐가 뜨는지 아십니까?"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윤흥길(1942~)/1979년 어린 시절 어느 동네나 '광녀' 이야기 하나쯤은 있었다. 어줍잖게 왠 한자라고 한다면 소설 속 그대로 '미친년'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래도 어감 때문에 불편해 한다면 조금 순화(?)시켜 '미친 여자' 이야기로 하겠다. 어쨌든 불쑥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내용이야 동네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때로는 사실로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미친 여자' 이야기의 배경에는 늘 '비오는 날'이 깔려 있었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에도 '미친 여자' 이야기가 존재한다. 아니나 다를까 비오는 날이면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온종일 빗 속을 걸어다니면서 노래(아마도 판소리 창이었을 것이다)를 불렀는데 그 수준..
동화적 상상으로 깨버린 반공 이데올로기 황순원(1915~2000)의 /「신천지」52호(1953.5) 한국전쟁이 끝나갈 무렵 접전 지역의 한 초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만무방'을 보면 주인공인 초가 주인여자는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걸어두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의 참혹성과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과거군사정권 시절 납북됐다 귀환한 사람들이 남쪽에서는 간첩혐의를 뒤집어쓰고 사는 경우도 허다했고 북파공작원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국가로부터 버림받곤 했다. 한편 이들 납북자들과 북파공작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 정권과 단체를 향해 빨갱이라고 비난한다. 해방 후 찾아온 남북분단과 6.25전쟁은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한국사회 전반에 뒤틀린 질서를 태동시켰다. 이데올로기라는..
한 장의 사진이 되살린 잊혀진 기억들 #1. 오후 5시가 가까와 오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살 것 없는데도 열린 가게를 들어가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잽싸게 골목길로 줄행랑을 친다. 가방을 둘러맨 학생들은 이도저도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순간 어디선가 애국가가 들려온다. 사실은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다. 세상은 애국가를 빼면 그야말로 정적만이 남는다. 거리 위의 모든 이들이 동작그만을 한다. 어린 학생들과 어른들은 가슴에 손을 올린다. 교복에 모자를 쓰고 있는 어느 고등학생은 거수경례를 한다. 몇몇 아이들은 골목으로 몸을 피한 친구의 몸짓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신 입술을 삐죽거린다. 옆에 서있던 아저씨가 눈치를 준다. 이내 긴장하고 웃음을 참는다. 애국가가 원래 이렇게 길었던가! 마음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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