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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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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에 비친 서울, 내 눈에 비친 대전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사미르 다마니 지음/윤보경 옮김/서랍의날씨 펴냄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의 첫 서울 입성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동네에서야 수재 소리 듣던 삼천포였지만 낯선 거대 도시의 그것도 생전 처음 타보는 지하철에서 출구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해 헤매던 촌놈의 어리바리함도 그랬지만, 실은 나의 스무 살 그 때를 삼천포가 그대로 재연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천포가 신촌역에서 어린 양이 되었다면 나를 혼란에 빠뜨린 곳은 신설동역이었다. 수도학원 쪽으로 나오라는 형 말만 믿고 별 것 아니겠지 싶었는데도 이리 나와도 수도학원이고, 저리 나가도 수도학원이었고 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검정고시학원은 왜 그리도 많았던지, 혹시 다른 학원을 수도학원으로 잘못 들었나 싶어 공중전화 부..
그것이 알고 싶다 일베,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인격 살인 다양성은 분명 민주주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혼란으로 비치기도 하고, 반목과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참여와 수렴이라는 민주주의의 작동 시스템은 그것을 다수의 행복과 소수의 배려로 정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다양성에는 '품격'이라는 전제가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맘껏 드러낼 수는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베와 행게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 편이 전파를 탔다. 과연 이들의 행위도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최소한의 '품격'마저 갖추지 못한 그들에게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적용해서 면죄..
'허벌나게'와 '허천나게', 어느 쪽이 맞는 표현일까 이문구(1941년~2003년)의 소설 는 1970년 『월간중앙』제31호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문구의 소설이 그렇듯 도 맛깔스런 충청도 방언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방언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독자들이 읽으면 문맥을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소설이다. 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초 충청도의 어느 농촌이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소외되어가는 농민들이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황구만과 박선출은 주인과 머슴 사이지만 박선출이 입대하면서 둘 사이는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가 된다. 그러나 박선출이 군에 있는 동안 황구만은 다른 사업에 투자해 실패하면서 박선출은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받게 된다. 이즈음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농어..
삭힌 홍어의 유래에 관한 씁쓸한 이야기 각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있다. 가령 마산의 아구찜, 포항의 과메기처럼 말이다. 나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 속에 나오는 '고향이 남쪽'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한다면 충청도도, 경상도도, 전라도도 다 남쪽이지만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의 걸죽한 사투리를 들으면 이내 '남쪽'은 전라도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누리꾼들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해 문제가 되고 있는 홍어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모든 애경사에서 손님맞이 상차림의 단골메뉴가 홍어다. 오죽 했으면 '홍어 빠진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심지어 그 집안의 애경사에서 홍어가 빠지면 손님 대접 잘하고 뒤로는 욕을 먹는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만큼 전라도 사람들에게 홍어는 특별한 음식이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택리지/이중환/1751년 미국의 경영 컨설팅 업체인 머서가 세계 221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2011년 세계 주요 도시 생활의 질' 순위에서 오스트리아의 빈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스위스의 취리히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2년 연속 가장 위험하고 살기 어려운 도시로 선정됐다고 한다. 머서가 선정한 살기 좋은 도시 선정기준은 각국의 정치, 경제, 환경, 보건, 교육, 주택, 문화, 공공서비스 등을 지수화해서 종합평가한 것으로 다국적 기업과 정부의 해외 주재원 노라 머서는 다국적 기업과 정부 해외 주재원의 임금과 복지정책 참고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또 올해부터는 개인 안전도가 추가되었는데 이 분야에서는 룩셈부르크가 1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