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어당

(2)
금연10일째, 몸이 먼저 느끼는 작은 변화들 경험이란 인간의 위대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경험이 축적된 삶의 법칙들은 과학으로는 도통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니 과학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관찰과 통계의 미학은 실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옛 사람들은 어떤 일을 결심하고 그 성패가 또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이 3일째 되는 날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면 우리는 무의식 중에 옛 사람들이 정의해 놓은 경험의 법칙들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20년 흡연 인생에 최소 10년 이상은 해마다 반복했을 금연 '작심삼일'은 그렇게 넘기 힘든 벽처럼 견고해 보였다. 올해는 꼭 했던게 삼일을 넘기지 못했고 그래도 작심삼일은 해야지 했던게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어느덧 작심삼일의 공포는 금연 시도마저 창피하게 만들고 말았다. 담배를 끊기 위해 실..
1,000만 영화 [해운대]의 모티브가 됐던 책 수필이란 모름지기 이런 것이다 수필·피천득 지음·범우사 펴냄 오래 전 가을 춘천 영랑호에 간 적이 있다. 영랑호가 목적은 아니었고 설악산 여행중 우연히 들렀는데 그 곳에서 머물렀던 짧은 시간이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붉게 이글거리던 가을놀을 빼앗은 영랑호는 나그네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누군가 좁쌀 만한 돌이라도 던져 파장을 일으켰다면 호되게 꾸짖어줄만큼 세상의 소음을 잔잔한 수면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피천득의 [수필]을 읽을 때면 그 때 영랑호 한 켠에서 바라봤던 해질녘 호수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말마따나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수필이라서일까? 아니면 수필의 색깔이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기 때문일까? 아무튼 개인적으로 피천득의 [수필]은 문학 장르로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