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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12 아버지는 왜 불효청구소송까지 불사했을까 (5)

돌다리/이태준(1904~?)/1943

 

대들보 위의 제비 한 쌍/암수가 사이 좋게 들락날락//진흙 물어다 서까래 틈에 동아리 트니/한 둥지에 새끼가 넷이어라//새끼 네 마리 밤낮없이 무럭무럭 자라니/먹이 달라 우는 소리 시끄럽기도 하는구나//푸른 벌레 잡기 쉽지 않아/어린 새끼 배부를 겨를이 없네//어미 제비 부리 발톱 해질망정/마음만은 지출 줄을 몰라라//순식간에 천 번을 오가건만/둥지 속 새끼들 배 곯을까 걱정이네//모진 고생 다하고 달포를 지내니/어미는 야위어 가고 새끼는 살이 찌는구나//지지배배 말 가르치고/한올 한올 깃털 다듬어 고이 단장해 주니//마침내 깃과 날개 다 자라/뜨락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날개를 쫙 펼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바람 따라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 버리네//어미 아비 허공을 향해 애타게 불러보지만/아무리 외쳐도 돌아오질 않는구나//하릴없이 빈 둥지로 돌아와/지지배배 슬피 우네//제비야! 제비야! 슬퍼하지 말고/돌이켜 생각해 보라, 옛날에 네가 어쨌는지를//돌이켜 봐라, 네가 새끼였을 적/어미를 버리고 하늘 높이 달아나 버렸던 것을//그때의 어버이 마음을/너도 오늘에야 알았으리라!  백거이의 연자가중에서-

 

중국 당나라 시인이었던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늙은 제비 한 쌍을 두고 노래한 시인 연자가(燕子歌)’는 제 배 속이 고픈 것은 참아가며 입에 얻어 문 것은 새끼들부터 먹여 길렀으나 새끼들은 자라서 나래에 힘을 얻자 어디로인지 저희 좋을 대로 날아가 버리어, 야위고 늙은 제비 한 쌍만 가을바람 소슬한 추녀 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광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마지막에는 시인이 직접 나서 늙은 어버이 제비 한 쌍에게 충고한다. 새끼들만 원망하지 말라고. 너희들도 새끼 적에 역시 그러했다고.

 

▲사진> 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여기 서로 다른 두 가족의 두 아버지와 두 아들이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시대도 환경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한 아버지는 묵묵히 땅을 일궈 아들을 맹장 수술로는 서울에서도 정평이 있는 의사로 키웠고, 또 한 명의 아버지는 40년을 한 곳에서 두부를 만들어 팔며 아들을 능력있는 의사로 키웠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 성공한 두 아들은 아버지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평생을 함께 했던 땅과 건물을 팔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한 부자는 서로를 이해하며 갈등을 해소해 가지만 또 다른 부자는 불효청구소송이라는 전대미문(?)의 소송에 휩싸인다. 이태준의 소설 <돌다리>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이야기다.

 

아버지께선 내년이 환갑이시다!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시골로 올 순 없고,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시어야 한다. 한동네서도 땅을 당신만치 못 거둘 사람에겐 소작을 주지 않으셨다. 땅 전부를 소작을 내어 맡기고는 서울 가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 게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 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 거다!’ -<돌다리> 중에서-

 

두 아들이 땅과 건물을 처분하기를 종용하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다. <돌다리>의 아들 창섭은 아버지의 시골 땅을 처분해서 병원을 확장하고 자신이 직접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계획이고, ‘가족끼리 왜 이래의 아들 강재는 두부 가게 건물을 새로 증축해 아버지 집은 따로 내 드리고 임대수입으로 노후를 편안히 보내시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두 아버지는 두 아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고 어디가 느르지 논 같은 게 있구, 독시장 밭 같은 걸 사? 느르지 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 마당엣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중략…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 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 쪽으로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돌다리> 중에서-

 

▲사진> 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가족끼리 왜 이래의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의 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 아들의 대응은 사뭇 달랐다. 창섭은 자기의 생각이 너무나 자기 본위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버지에게 땅은 일종의 종교적 신념과도 같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반면 가족끼리 왜 이래의 강재는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창섭은 비로소 아버지의 세계와 자기의 세계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버지가 고쳐 놓은 돌다리를 건너 저녁차를 타러 가 버리었다. 그렇다고 아들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편할 리 없었다. 동구 밖에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는 자신이 마치 임종에서 유언이나 하고 난 것처럼 외롭고 불안스러웠다. 한편 가족끼리 왜 이래의 아버지 차순봉은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청구했다. 아버지는 왜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청구소송까지 불사했을까?

 

<돌다리>의 아들 창섭과 달리 가족끼리 왜 이래의 아들 강재는 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어차피 돌아가실 때 물려줄 유산이라면 미리 주는 것도 괜찮지 않냐는 괘씸한 심보가 있었다. 평생을 자신보다는 자식들에게 헌신하며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리고 살았던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했던 아버지였기에 강재를 비롯한 자식들은 아버지의 불효청구소송이 어처구니 없었고, 아버지가 지식들에게 이런 소송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차순봉은 단호했고 전대미문(?)의 소송 앞에 혼란스러워하는 판사 앞에서 불효청구소송의 변을 털어놓는다.

 

“저는 살면서 자식들한테 단 한번도 회초리를 든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잘 되라고만 가르쳤지 인생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못난 아비가 뒤늦게 회초리를 들려고 하는데 손에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법으로 그 회초리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제 인생의 마지막 회초리입니다. 이 회초리가 자식들 인생에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부디 한번만 도와 주십시오.” –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중에서-

 

한편 백거이의 연자가에서처럼 <돌다리>의 아버지도, ‘가족끼리 왜 이래의 아버지도 젊었을 적에는 그들의 아버지에게 지금의 자식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모의 가슴에 멍울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족간 갈등과 해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돌다리>의 아들 창섭이 그랬던 것처럼 부모는 자식의 세계를, 자식은 부모의 세계를 이해해 주는 일종의 심사적 결별(?)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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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3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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