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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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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남자만을 기다려온 여인에의 헌사 협죽도 그늘 아래/성석제/1998년 협죽도. 얼핏 들으면 무협소설에 나오는 명검 중의 하나인가 싶을 것이다. 잘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협죽도는 협죽도과의 상록관목이란다. 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최근 협죽도 관련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협죽도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몇몇 지자체에서 가로수로 조경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협죽도 특성상 가로수로는 제격일지 모르지만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협죽도는 아주 미량만 사용해도 치사율이 높아 과거 독화살이나 사약으로 이용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관상용으로 심어온 지자체들이 협죽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로수로 조경된 협죽도 관련 피해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안전을 위해 점차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
소년은 사랑했고 아팠다. 그리고 어른이 될 것이었다 소나기/황순원/1953년 어릴 적 살던 동네에 큰 방죽이 하나 있었다. 가을이면 여름내 논에 물을 대느라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맨살을 드러낸 방죽 바닥은 온통 미꾸라지 천지였다. 뻘같은 흙을 한 움쿰 걷어 올리면 미꾸라지 반 흙 반이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붕어들도 얼마 남지않은 물 속에서 연신 지느러미를 파닥거렸다. 이 때는 낚시대와 그물이 없어도 모두 능숙한 어부였다. 그렇게 놀다보면 어느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메아리처럼 들릴 듯 말 듯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방죽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여름에 있었다. 학교를 파하자마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방죽으로 뛰어들었다. 여자애들이 보든말든 상관없었다. 방죽 턱을 붙들고 지칠 때까지 물장구를 쳤고 발 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