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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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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교육의 장본인들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운운? 6.4지방선거의 민심은 교육감 투표에 있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등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계급 투표보다는 지역간·세대간 투표성향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이런 투표성향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정부·여당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이런 고질적인 투표성향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진보 교육감의 압승이었다. 앵그리맘의 반란과 이런 민심을 거부한 또 하나의 반란 세월호 침몰이 참사로 이어진 배경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이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만이 아니라 학교교육에서도 마찬가지..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늘 바다를 항해하고 싶었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의학도 걸리버(Gulliver)는 우연한 기회에 3년 반동안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항해에서 돌아온 후에는 런던에 병원도 차리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바다 여행에 대한 걸리버의 욕망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결국 배의 의사가 되어 바다와 집을 오가던 어느 날 항해 도중 배가 풍랑을 만나 산산조각 났지만 걸리버는 운 좋게도 어느 섬까지 헤엄쳐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고는 쓰러져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난 걸리버는 그야말로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온몸은 밧줄로 꽁꽁 묶여있었고 그의 몸 위에는 벌레 같은 인간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벌레 같은 인간들에게는 밧줄이라지만 걸리버에게는 바늘에 꿰는 실에 불과했다. 팔에 힘을 주자 ..
체 게바라 티셔츠 징계, 천박하고 부끄럽다 1951년 아르헨티나의 젊은이 두 명이 모터싸이클을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스물세 살의 체 게바라와 여섯 살 많은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장장 8개월 동안 남미 대륙을 종단한다. 참 '컴백'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그러나 그들이 오토바이로 남미 대륙을 종단하면서 본 것은 낭만이 아니었다. 헐벗고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못받고 있는 남미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난한 남미 민중들의 삶을 체험하며 그들이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상상하고 고민한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체 게바라가 사망한 1967년, 당시의 오토바이 여행을 그린 책 을 출간한다. 한 영웅, 체 게바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여행을 그린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바로 이 ..
태어나 처음 만난 아버지가 불편했던 이유 봉숭아 꽃물/김민숙/1987년 어릴 적 이맘때쯤이면 고향집 마당 한 켠에는 마치 노래에서처럼 담장에 바짝 기대어 봉숭아꽃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물든 것은 봉숭아꽃만이 아니었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계신 어머니의 손톱도, 어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꿀맛같은 단잠을 자고 있는 여동생의 손톱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여동생의 손톱이 부러웠는지, 봉숭아 꽃물이 잘 물들도록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자고있는 동생을 시샘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어머니를 졸라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하나에만 봉숭아 꽃잎 이긴 것을 올려놓고 이파리로 감싼 뒤 실로 칭칭 동여맸다. 동생처럼 어머니 무릎에 머리를 베고 손에는 번지지 않고 손톱에만 예쁘게 물들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것도 글자를 모를 때의 일이었지, 국..
반레와 김지하, 두 시인의 같은 듯 다른 삶의 이유 존재의 형식/방현석/2002년 “문재인 지지하는 48%는 국가전복세력이고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다.” 어느 극우주의자의 발언 같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신독재투쟁의 상징적 존재였던 김지하 시인이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를 두고 누구는 화합을 위한 변신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역사를 부정한 변절이라고도 한다. 변절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의 계절에 변신과 변절의 차이가 백지장보다 얇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을 호소했던 김지하 시인의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이든 변절이든 당사자에게는 그만의 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높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
역전파출소 점거사건 영웅의 파란만장 일대기 조동관 약전(略傳)/성석제/1997년 남산의 못생긴 바위에는 '똥깐이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아래의 굴에는 '똥깐이굴'이라는 이름이 보태졌고, 그 앞의 비석은 '똥깐이비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훌륭한 깡패가 되려는 소년은 모름지기 그 바위, 그 굴, 그 비석으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 중에서- 무릇 전(傳)이라 함은 이나 , 처럼 한문 문체의 하나로 어떤 사람 특히 영웅의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거늘 작가 성석제는 은척마을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 똥깐이의 영웅적 일대기를 이 형식에 맞춰 기록했으니 이도 傳이라면 傳이라 할 수 있을런지……. 이름하여 이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영웅 중에 '하필 왜 깡패냐'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고상하고 ..
세 친구의 기막힌 이별과 어색한 재회 문순태의 /1985년 문순태의 은 최인훈의 을 떠올리게 한다.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한명준은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경찰서로 끌려가 고문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현실에 눈을 뜨게 된 명준에게 남한의 현실은 타락했고 인간적 확증을 확신하며 살 수 없는 땅에 불과했다. 결국 인천에서 배를 얻어 타고 월북을 감행한 명준은 북한에서 아버지의 도움으로 노동신문 기자가 된다. 그러나 북한 사회 또한 그에게는 기계적 관료 사회에 불과할 뿐 인간이 인간됨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한국전쟁 중에 포로가 되고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하게 된다. 최인훈의 은 명준이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딸의 환영을 보고 바다에 자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문순태의 에서 의 명준과 같은 선택을 한 인물이 ..
젊은 박경리를 슬프게 한 것들 박경리의 /1957년 전쟁이 남기는 상처 중에 가장 치유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사회적 관계로 묶어 주었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동족상잔의 비극'이라 일컫는 한국전쟁은 수천년 동안 이어내려온 민족적 동질감을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이 침투해 철저히 파괴해 버린 경우다. 결코 우선일 수 없는 이념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영화 '만무방'에서 어느 깊은 산골에 사는 촌부가 낮에는 태극기를 걸고 밤에는 인공기를 걸어야 했던 것처럼 생존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의 덫에 스스로 갖혀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게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한국문학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경리의 소설 는 이처럼 전쟁이 허물어버린 신뢰의 벽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