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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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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에를 통해 본 운명론에 순응했던 고대인들의 무력함 그리스 신화에서 다나에Danae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이었다. 신과 인간이 소통하는 신탁에 의하면 아크리오스는 다나에의 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다.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가 결혼할 수 없도록 청동 탑에 가뒀다. 그곳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제우스는 황금 비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고 다나에는 영웅 페르세우스를 임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와 그의 아들을 궤짝에 가둬 바다를 표류하게 했다. 궤짝은 세리포스 섬에 도착했다. 궤짝은 딕티스라는 어부에게 발견되었다. 딕티스의 형 폴리덱테스는 이 섬의 왕이었다. 딕티스는 다나에가 그 섬에서 아들을 키우도록 도왔다. 페르세우스가 성장했을 때 폴리덱테스는 다나에에게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다..
에슈, 공존의 이유 에슈(Eshu)는 엘레그바(Elegba), 레그바(Legba)라고도 불리는 트릭스터로 아프리카 서부 베냉[폰족]에서 숭배했던 운명의 신이었다. 그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교활했고 잔인한 장난을 즐겼다고 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언어를 알았다고 알려진 에슈는 신과 인간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또 에슈는 인간이 신을 위해 바친 희생 제물을 하늘로 옮기는 일을 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에슈는 신에게 장난을 친 뒤로 인간과 신 사이의 메신저가 되었다고 하는데 에슈는 신들의 정원에서 얌(Yam, 참마와 비슷한 뿌리 채소)를 훔쳤다고 한다. 에슈는 그 때 자신의 소행을 숨기기 위해 신의 신발을 신고 신들을 감쪽같이 속이려 했다는 것이다. 화가 난 신들은 매일 밤 에슈를 하늘로 불러 낮 동안 지..
아난케, 운명과 숙명의 차이 2018년 4월 3일은 4.3이 70주년 되는 날이었다. 엄연한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3은 우리 사회 금기어 중에 하나였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4.3이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을 인정하고 4.3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 진솔한 사과를 함으로써 4.3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라 진상 규명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날임을 선포했다. 국가가 외면하고 왜곡한 4.3을 대중들이 처음 알게 된 데는 어느 노작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현기영 작가의 소설 은 4.3의 진실을 폭로한 최초의 기록이었다. 현기영 작가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3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숨기고 왜곡하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궁금하다면... 세 길이 만나는 곳/샐리 비커스 지음/강선재 옮김/문학동네 펴냄 요카테스 왕비는 괴로운 듯 두 손을 머리카락 속에 찔러넣고 내전으로 들어가면서 선왕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 이름을 번갈아 불렀다. 요카테스 왕비는 운명을 저주했고, 침대를 저주했다. 가혹한 운명과 슬픔을 한탄하며 요카스테 왕비는 들보에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다. 요카테스 왕비의 숨이 끊어진 후에야 급하게 내전에 들어온 오이디푸스 왕은 절규하듯 외쳤다. "내 어머니이자 내 아내인 요카테스는 어디 있소?" 들보에 매달린 요카테스 왕비를 발견한 오이디푸스 왕은 왕비의 시신을 내전 바닥에 눕히더니 왕비의 가슴에 꽂혀있던 청동 브로치를 떼더니 갑자기 자기의 두 눈에 박아 버렸다. 오이디푸스 왕은 요카테스 왕비의 청동 브로치로 연거푸 자기 눈을 찌르면..
입영통지서는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최상규(1934~1994)의 /「문학예술」14호(1956.5) 306보충대에 입소하는 날 아침 머리를 깎았다. 그날만큼은 촌스럽다며 발길을 끊은지 오래된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소여야 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마지막 얼굴(?)을 그토록 유심히 바라본 적은 없었다. 애써 웃어보지만 거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흰옷의 정체가 이내 몸을 얼게 하고 말았다. 바리깡이 쓸고간 자리는 횡하니 신작로가 생기고 한움큼씩 바닥에 떨어진 나의 자화상은 불에 그을린 듯 새까만 잔디밭이 되었다. 거울 속의 낯선 그는 왈칵 눈물이라도 쏟을 듯 나를 애처로이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슬피 바라보았다. 흑백필름이라도 돌리는 것일까? 길지 않은, 결코 순탄했던 그의 인생이 얼키성키 가시밭처럼 거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이 앞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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