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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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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시다', '삐지다'도 공문서에 쓸 수 있다 누군가를 유혹할 때 '꼬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엄밀히 따지면 '유혹하다'와 '꼬시다'는 미세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꼬시다'는 일상에서는 자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유혹하다'의 비속어 취급을 받아 공식 문서나 여러 사람에게 내보이는 글에는 선뜻 쓸 수 없는 단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꼬시다'라는 말도 모든 문서 형식에 쓸 수 있게 됐다.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에 따르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삐지다, 놀잇감, 속앓이, 딴지' 등 13 항목의 어휘를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을 발표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표준국어대사전」(http://stdweb2.korean.go.kr/main.jsp)에 반영한다고..
한글날에 읽는 우리말 동시, 한글이 이 정도다 달 타는 날/강순예/국립국어원 소식지 『쉼표, 마침표』10월호 저녁 출근길, 음산한 분위기에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쳐다보니 달이 여인네 눈썹만큼의 형체만 남긴 채 시나브로 검은 그림자 뒤로 숨고 있었다. '참, 오늘 3년 만에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고 했지!.' 문득 며칠 전 본 뉴스가 스쳐갔다. 그러고 보니 사십 년 넘게 살면서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해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린다는 월식 현상을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린아이마냥 신기한 듯 밤하늘을 쳐다보며 걷는데 둥그렇게 빛으로 형체만 유지한 달은 나보다 더 서둘러 자꾸만 도망치듯 저만치 앞서 있었다. 어릴 적 읽었던 동시에도 이런 표현이 있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개를 끄덕이다니 척박하디 척박한 내 감성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벼룩시장이 플리마켓으로 둔갑한 이유 인천 송도에서 생활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DIY와 핸드메이드 관련 전시회가 개최된다. 과 을 매개로 다양한 DIY 부자재들과 핸드메이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2014 DIY 핸드메이드 플리마켓’ 전시회(www.diyhandmade.co.kr)는 11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다. 송도는 인천은 물론 서울과 주변지역의 소비와 트랜드를 흡수하고 여가와 문화공백을 채워주는 새로운 소비거점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경향신문 인터넷판 2014년 9월24일 기사 중에서- 온갖 종류의 중고품을 팔고 사는 시장을 ‘벼룩시장’이라고 한다. 경제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뜨는 시장이지만 사실은 알뜰한 살림 운영의 노하우라..
싱크홀, 무서워도 우리말로 불러 주세요 요즘 뉴스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싱크홀(sinkhole)’이다. ‘싱크홀’은 ‘멀쩡하던 땅이 움푹 꺼져서 생긴 구멍 또는 그렇게 땅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지만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개발의 후유증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대형 공사 현장에서 간간히 발견되면서 불안을 조성하더니 어느덧 ‘싱크홀 공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잠을 자는 침실이 갑자기 땅으로 꺼진 사례도 있다고 하니 ‘싱크홀 공포’란 말이 괜한 불안감 조성만은 아니지 싶다. ‘싱크홀’ 관련 뉴스를 자주 접하기는 하지만 한번도 ‘싱크홀’을 우리말로 바꿔 보도한 방송이나 신문은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싱크홀’을 우리말로 어떻게 바꾸..
빨간색 장미와 빨강색 장미, 한 쪽은 틀렸다 '빨간색'과 '빨강색'. 일상에서 이 두 표현을 구분하고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우리말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도 이 두 개의 표현 중 하나는 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하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정리하면 '빨간색'이 맞는 표현이고 '빨강색'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예를 들어 “이 빨강색 가방 예쁘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밝고 짙은 붉은색의 가방을 상상하고는 한다. 그러나 ‘빨강색’은 틀린 표현이다. ‘빨간색’ 또는 ‘빨강’이 맞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빨간색 가방 예쁘다!”나 “빨강 가방 예쁘다!”처럼 써야 한다. 즉 ‘빨강’은 ‘빨간 빛깔’을 뜻하는 말이므로, 그 뒤에 ‘색’을 붙여 ‘빨강색’으로 쓸 필요가 없다. ▲'빨간색 장미', '빨강 장미'는 맞는 ..
'에어바운스'는 '풍선놀이틀'로 불러 주세요 폭설과 한파로 인해 아스팔트 곳곳이 깨져 포트홀이 생겨 차량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포트홀은 아스팔트에 스며든 물기가 얼고 녹으며 강도를 약화시켜 생긴다. 눈이 녹아 아스팔트 밑으로 스며들고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도 아스팔트의 결합력을 떨어뜨리면서 생긴다. 지방도로에는 아직도 한파와 폭설로 인해 녹지 않은 눈과 결빙된 블랙아이스 도로가 많으므로 미끄럼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그늘지고 시내 도로보다 평균 5도 정도가 낮은 강가, 산모퉁이길, 절개지주변, 터널도로, 교량 부근에서는 교통안내표지판을 숙지하고 감속 운행한다. –노컷뉴스, 2013년 2월 9일 인터넷판 기사 중에서-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런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독자나 시청자는 기사를 쓴 기자의 뜻풀이가 없으면 기사 ..
짜장보다 더 맛있는 우리말, 짜장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이란 코너의 한 토막이다.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여자 꼬시러 갔다가 아무 소득 없이 돈만 쓰고 오는 곳" “여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양주, 맥주 공짜로 얻어먹고 싶을 때 가는 곳"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같은 단어를 두고 남녀의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 대한 중년 남녀의 서로 다른 해석까지 나오면 관객들은 그만 배꼽을 잡으며 자지러지고 만다. ‘자기들끼리 갔다가 신나게 놀고 물 흐리고 오는 곳’이 중년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라면, 중년 여자에게는 ‘자기들끼리 신나게 갔다가 자기들끼리만 놀고 오는 곳’이란다. 사진> 다음 검색 이 코너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정작 코너 제목에 대해서는 무슨 뜻인지..
용龍은 드래곤Dragon이 아니다 문무왕이 승려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겠노라.” 승려는 죽으면 용이 되겠다는 문무왕의 말에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용은 비록 상서로운 동물이지만 그래도 짐승이거늘, 어째서 용이 되겠다고 하십니까?” 문무왕이 대답했다. “만약 내가 업보를 받아 짐승으로 태어난다면 이 또한 내 뜻에 맞느니라.” 대왕암이라고도 불리는 경주 문무대왕릉에 얽힌 설화 한 토막이다. 문무왕의 애국충절과 지극히 인간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설화라고 하겠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것은 용은 상상 속의 동물로 늘 상서로운 존재로만 생각했었는데 문무왕은 인간 세상에서의 업보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용이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의 용에 대한 인식은 신성한 상상 속의 동물이면서 친숙한 동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