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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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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림에 담긴 인간의 은밀한 본능 풍미 갤러리/문국진·이주헌 지음/이야기가있는집 펴냄 법의학자와 미술평론가가 ‘음식물 정물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친다. 이 책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예민한 미각을 주제로 명화 속에 담겨 있는 음식의 풍속과 사람들의 욕망을 풀어내고 있다. 인간들이 느끼는 맛은 분위기, 성향, 감정, 심성 등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저자들은 단순히 ‘맛’이라는 표현보다는 ‘풍미’라는 말로써 명화 속에 담겨진 풍성한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다. 법의학자 문국진은 음식물에 포함된 과학적, 의학적 의의와 맛의 감각성에 대해 명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음식 문화가 예술로 승화된 인문적 배경과 역사적 배경으로 명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는 맛이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사람 그리고 이 모두..
예술을 위해 딸을 실명시킨 아버지의 행위는 정당했나 선학동 나그네/이청준(1939~2008)/1979년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난이 대물림 되던 시절 그나마 교육은 신분 상승의 몇 안되는 기회였으니 교육에 올인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근대화와 산업화는 물론 정치 민주화를 서구 사회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불타는 교육열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분간 계층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도 여전히 교육은 한 가닥 희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교육열이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 부모들에게 교육열은 자식 사랑에 대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학교 교육 외에도 다른 부모들이 시키는 각종 과외 교습은 나도 똑같이..
[펌] 바벨탑 폭파작전 출처> 경향신문 2013년 10월12일/낮은 목소리로/소설가 김별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이라는 책 제목이 있지만, ‘지금 알고 있는 걸 (당연히) 그때도 알았던’ 일이 있다. 최소한의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다만 의도된, 방기된, 무책임한 욕망이 무지를 가장했을 뿐이다.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쳐 ‘공구리’를 치고 얻을 게 무엇인가. 삽질 한 번에 밥 한 술이라도 얻어먹을 욕심이 아니라면 상하좌우, 남녀노소, 이 땅에서 나고 죽고 새끼 치고 살아갈 모든 숨붙이에게 백해무익한 헛짓이었다. 캄캄한 방구석에서 나라를 근심하는 노나라 아낙처럼, 나는 홀로 분개하여 “4대강 살리기인지 뭔지를 하려거든 차라리 바벨탑을 지어라!”는 괴악한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넉넉한..
가난한 아내의 좌충우돌 중산층으로 사는 법 티타임을 위하여/이선/1991년 한 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된장녀란 미국식 소비주의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소비를 일삼는 여성을 비꼬는 온라인상의 은어였다. 밥 대신 커피를 마시고, 월급의 대부분을 명품가방 구매하는 데 지출하고,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등 자기 능력 이상의 소비 행태를 보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이런 여성과 똑같은 남성을 일컬은 '된장남'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된장녀, 된장남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사회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점이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한복판이었다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겠지만 어쨌든 아메리카노니 모카니 라떼니 하는 낯선 커피 용어들은 어느덧 일상어가 되었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 두 개의 시선 만취당기(晩翠堂記)/김문수/1989년 지지송간반울울함만취(遲遲松澗畔鬱鬱含晩翠) 저 시냇가의 소나무는 더디고 더디게 자라지만 무성하고도 늦도록 푸르도다. 비파만취 오동조조(枇杷晩翠 梧桐早凋) 비파는 겨울철에도 푸른 잎이 변하지 않지만 오동나무는 그 잎이 일찍 시든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사는 삶.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물음에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않고 서 있는 소나무는 이런 삶과 이런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소재가 되어왔다. 생소하긴 하지만 잎사귀와 열매가 비파(毖琶)라는 악기를 닮았다는 비파나무도 겨울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 열매를 맺는 상록수라고 한다. 어쩌면 소나무보다 더한 지조와 절개의 상징물이 비파나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여기 지조와 절개를 의미..
'뽕', 아직도 에로영화로만 기억하십니까? 나도향의 /1925년 사람의 기억이란 게 참 묘하다. 한 번 저장된 이미지는 쉬 변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새로운 이미지로 덧칠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낙인찍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이런 기억의 특성 때문이겠다. 나도향의 소설 『뽕』을 읽는 내내 야릇한 상상이 허공을 맴도는 것도 이런 이유일게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에로티시즘 영화가 바로 이다. 영화 의 원작이 나도향 소설이라는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을 대표하는 단편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는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혹여 알고 있었다치더라도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영상에 매료되어 과 소설은 어색한 동거가 되고만다. 에로티시즘 영화에는 늘 예술이니 외설이니 하는 논란이 따라붙는다. 예술의 한 장르로서 영화를 바라보는 아주..
살인의 추억이 불러온 비극적 종말 세익스피어의 /1605년 "마녀1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 축하드려요, 글래미스 영주님! 마녀2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 축하드려요, 코더 영주님! 마녀3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 장차 왕이 되실 분! 마녀1 맥베스님만은 못하나 더 위대하신분. 마녀2 운이 그만은 못하나 굉장한 행운이 있으신 분. 마녀3 자신은 왕이 되지 못하나 자손은 왕이 되실 분.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과 뱅코님!" 세 명의 마녀가 전한 이 예언은 스코틀랜드의 개선장군 맥베스와 뱅코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극의 단초가 된다.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시작은 이렇게 마녀들의 예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짧은 희곡인 [맥베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빚어낸 피비린내 나는 참극의 연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