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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28 반고, 우주를 창조하고 스스로는 자연이 되다

【중국 신화】공자는 ‘태산에 오르니 세상이 작아 보인다’고 했다. 조선 시대 문장가 양사언도 ‘태산이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며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라고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부터 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비판했다. 도대체 태산이 얼마나 높길래 세상이 작아 보이고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산으로 묘사되었을까? 사실 중국 산둥성에 있는 태산의 높이는 1,500미터 남짓한 평범한 산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태산은 한국인들에게 백두산이 그렇듯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다. 도교의 성지면서 춘추전국시대 이래로 높은 산의 대명사가 된 태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신화 속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세상을 창조한 거인 반고의 머리 부분이 변해 태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고(盤古)신화는 중국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린 지 500년이 지난 삼국시대 오 나라의 학자 서정이 지은 <삼오역기> <오운역년기>에 실려 있었으나 두 책은 이미 없어졌고 송나라 때 백과전서인 <태평어람>과 청나라 때 마숙이 지은 <역사>에 두 책의 일부 내용이 인용됨으로써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전세계 대부분의 창조신화가 그렇듯 중국의 창조신화인 반고신화도 창조 전 태초는 혼돈상태였다. 창조란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중국 창조신화에서 혼돈에 질서를 부여한 신이 바로 반고다. 태초에 혼돈은 마치 달걀과도 같았는데 노른자와 흰자가 한데 섞여 어떤 분별도 없는 상태였다. 반고는 무려 1 8,000년 동안 달걀처럼 생긴 혼돈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혼돈이 반고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천지창조는 알이 두 부분으로 분리되면서 시작되었다. 무거운 요소들은 땅을 형성했고 가볍고 순수한 요소들은 하늘을 형성했다. 혼돈의 태초가 1 8,000년 동안 알에 갇혀 있었던 것처럼 1 8,000년 동안 땅과 하늘 사이의 거리는 매일 약 3미터씩 증가했고 반고도 같은 비율로 자라서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고는 곰가죽이나 나뭇잎을 걸치고 있는 난쟁이로 묘사된다.


 

마침내 하늘과 땅은 제 자리를 잡았고 반고도 나이를 먹어 쇠약해져 갔다. 결국 반고는 죽음을 맞이했고 거대한 몸은 쓰러져 땅을 채웠다. 이 때 반고의 몸에서는 갖가지 변화가 시작되었다. 반고의 주검은 지금의 자연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반고의 왼쪽 눈은 태양이 되었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다. 반고의 눈물은 강과 바다의 재료가 되었다. 머리털은 별과 숲이 되었다. 반고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고 목소리는 우레와 번개가 되었다. 반고의 힘줄은 길이 되었고 살은 밭이 되었다. 반고의 이와 뼈는 광물과 돌이 되었다. 반고의 정액은 진주가 되었고, 골수는 옥이 되었다. 날씨의 변화도 반고의 기분변화로 설명되었다.

 

한편 반고의 머리는 동쪽 산이 되었고, 배는 중앙의 산이 되었으며, 왼팔은 남쪽, 오른팔은 북쪽, 발은 서쪽의 산이 되었다. 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태산은 바로 반고의 머리가 변해 생긴 산이라고 믿었다. 태산의 신성성을 후대에 기록된 반고신화로 뒷받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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