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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5 에오스와 티토노스, 외모 때문에 사랑을 버리다 (7)

중국 최초의 달 탐사 위성인 상아(嫦娥, 중국명은 창어’)에는 불로장생이라는 인류의 꿈이 담긴 신화가 전한다. 어느 날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나타났다. 바닷물은 말라붙고 곡식은 다 타들어 갔다. 백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때 신궁으로 유명한 후예가 나타나 하나의 태양만 남기고 9개의 태양은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 후예는 백성들의 영웅이 되었고 상아라는 여인을 만나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어느 날 후예는 곤륜산에 갔다가 서왕모를 만나 먹으면 신선이 되어 영원히 살 수 있는 불사약을 얻었다. 후예는 이 불사약을 부인인 상아에게 맡겼으나 제자 봉몽이 이 사실을 알고는 후예가 없을 때마다 상아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잘 보관하라고 했던 불사약을 봉몽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아는 어쩔 수 없이 이 불사약을 삼켜 버렸고 달에 올라가 신선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후예는 아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슬픔에 빠져 하늘을 쳐다 보았는데 달 속에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분명 상아였다. 이날 이후 후예는 평소 상아가 좋아했던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불로장생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 아닐 수 없다.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던 <은하철도 999>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 철이의 우주여행도 결국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서였다.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인간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원히 죽지 않고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불로장생이나 영생은 요원한 꿈이다. 차라리 죽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중국의 상아 신화말고도 그리스 신화에도 불로장생이라는 인류의 꿈이 투영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참 비참하다. 영원히 죽지는 않지만 늙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이 비극적 사랑에는 어떤 메타포가 있을까.

 

▲티토노스 곁을 떠나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 사진>구글 검색

 

에오스Eos는 새벽의 여신이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에오스는 티탄 신족인 히페리온Hyperion과 테이아Theia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 달의 신 셀레네Selene와는 형제지간이다. 에오스는 황혼의 신인 아스트라이오스Astraeus와 결합해 바람과 별들을 낳았는데 제피로스(서풍의 신), 노토스(남풍의 신), 보레아스(북풍의 신), 에우로스(동풍의 신), 파이논(토성), 파이톤(목성), 피로에이스(화성), 에오스포로스(금성), 스틸본(수성) 등이 그들이다. 한편 에오스는 젊은 인간만을 사랑하며 살게 될 운명이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Ares, 전쟁의 신)와 애정행각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에오스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그것도 죽을 운명의 젊은 인간만을 사랑하는 저주를 내렸다. 에오스는 지평선 위로 올라올 때마다 젊은 청년이 어디 있나 두리번거린다. 에오스는 어쩔 수 없는 이 행동이 부끄러워 얼굴이 붉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동이 트는 새벽 하늘이 붉게 물든 이유도 다 이 때문이란다.

 

어느 날 아침 에오스는 지평선을 떠오르면서 트로이의 티토노스라는 젊은 청년에게 반하고 말았다. 티토노스Titonos는 트로이의 왕자로 키도 훤칠하고 얼굴 또한 여자라면 누구나 반할만큼 잘 생긴 청년이었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이었던 프리아모스Priamos와는 형제지간으로 라오메돈 왕과 님프였던 스트리모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참고로 프리아모스는 헤카베Hekabe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았는데 그들이 바로 헥토르Hector와 파리스Paris였다. 파리스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헥토르는 트로이 전쟁에서 생을 마쳤으니 이들 형제의 운명도 기구하다. 한편 프리아모스와 형제인 티토노스는 에오스와 결혼을 해 멤논Memnon과 에마티온Emathion을 낳았다고 한다. 즉 헥토르, 파리스, 멤논, 에마티온은 사촌지간이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티토노스의 아들들인 멤논과 에마티온은 에티오피아 왕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에오스가 티토노스에게 반해서 에티오피아로 납치했기 때문이었다. 티토노스를 납치한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남편으로 삼고 에티오피아 왕으로 앉혔다. 하지만 에오스에게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자신과 달리 티토노스는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티토노스와 영원히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티토노스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에오스의 간청을 들어주었고 둘의 행복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엉뚱한 곳에서 둘의 행복은 파국을 맞고 말았다.

 

어느 날 보니 티토노스의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있었고 늘어진 피부에 주름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그때서야 에오스는 알았다. 티토노스가 죽지는 않지만 늙는다는 것을. 제우스에게 불사의 티토노스를 부탁할 때 늙지 않는 몸은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젊은 남자만을 원했던 에오스에게 보기 흉하게 늙어가는 티토노스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였다. 결국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궁전 구석방에 가두고 말았다. 그 사이 티토노스는 몸까지 가누지 못할 정도로 늙어갔다. 티토노스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에오스를 불렀다. 에오스는 냉정했다. 끝내 티토노스를 남편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티토노스를 가뒀던 방 안에서 들어보지 못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방 문을 열어보니 티토노스는 간데 없고 매미 한 마리가 벽에 붙어 연신 울고 있었다. 티토노스를 불쌍하게 여긴 제우스가 그를 매미로 변신시켰던 것이다.   

 

남편에게는 비정했던 에오스도 자식 사랑만은 여느 어머니처럼 끔찍했던 모양이다. 남편티토노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멤논이 에티오피아의 왕이 되어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멤논은 아버지 티토노스와 형제지간이었던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모른 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멤논은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와의 결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에오스는 멤논의 시신을 에티오피아로 가져와서 장례를 치렀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이 오죽할까! 에오스는 매일매일을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이른 새벽 동이 틀 즈음 풀잎에 알알이 맺힌 이슬 방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이슬 방울이 바로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라고 한다.

 

젊은 남자만을 사랑했던 새벽의 여신 에오스, 게다가 남편이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포기한 에오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찬미는 아닐 것이다. 동트는 새벽처럼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젊음, 청춘에 대한 예찬이 아닐까? 작금의 청춘들이 처한 현실은 슬프고 우울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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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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