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6)
아파트, 그 편리함 뒤에 숨은 탐욕과 슬픔 한국 최초로 지어진 고층 돌 상자. 내 이름은 뭐였을까. 한국의 기관과 업체가 1957년에 지은 최초의 돌 상자는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에 세운 '종암아파트'였다. 해방 이후 '한국 최초의 아파트'(논란은 있지만), 처음으로 '아파트먼트'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 대한민국 회사가 독자적인 기술로 처음 시공한 아파트, 그리고 최초로 수세식 변기를 설치한 아파트다. 그 당시 사기꾼, 협잡꾼인 대통령 이승만은 아파트 완공식에 참석해 아파트의 현대성과 수세식 화장실의 편리함을 선전하기도 했다. 이 돌 상자는 1993년 철거됐고, 그 자리에는 지금 '종암선경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제 서울에서 나는, 살고 있는 사람의 계급이 무엇인지 그 지위를 명확히 드러내 주는 상징이 됐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자연이기를 거부한 인간의 마지막 몸짓 자연과의 협약/백무산(1955~) 지구는 우주라는 물위에 떠 있는 배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인간은 그 배를 만드는 데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인간은 그 집을 짓는 데 돌 하나 나르지 않았다 지구 위의 모든 것은 인간의 역사보다 길다 인간은 어떠한 창조 행위도 하지 않았다 인간은 금이 간 사과 하나 붙이지 못한다 인간이 창조한 것은 탐욕 착취의 먹이사슬뿐 배의 밑창에서 지붕까지 먹어치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더이상 자연이 아니며 자연은 더이상 인간적 자연이 아니며 오늘 자연은 자본가적 자연이기 때문이다 지금 밑창이 뚫리고 지붕이 새고 있다 다시 인간은 자연과 공존을 꿈꾼다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공존의 전제는 대화와 공정한 나눔의 약속이다 자연과 단체협약이라도 맺으려는가 어떻게 그들의 생각을 ..
아리송한 창조경제, 기본부터 시작하라 지난 달 박근혜 정부 첫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정립하고 구조개혁 및 지방대학, 전문대학 육성 등 주요 대학정책 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 전문가로 대학발전기획단을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은 '창조경제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사청장도 '방위산업과 창조경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 장관은 물론 장관 후보자들까지 기계적으로 외치는 말이 바로 '창조경제'다. 작년 대통령 선거 당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처음 주장하면서 시작된 '창조경제'는 새정부 출범 한 달이 갓 넘었지만 어느덧 익숙한 경제용어가 되었다. 문제는 귀에 낯설지 않다고 해서 이 용어의 의미를 제대..
새들의 천국에는 왜 새가 없을까 얼마 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강력한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잊을 만 하면 터지니 실효성에 의문만 생길 뿐이다. 특히 이번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에서는 조선일보가 패륜범죄자의 정보를 공개한다며 엉뚱한 사람의 얼굴을 신문에 게재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도대체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게 있다. 바로 사형제 폐지 논란이다.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필자도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 이성을 억누르곤 한다. 누구는 안 그렇겠는가! 이런 반인륜적 사건 앞에서 차분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단 5분간의 회담이 결렬된 이유 김성한의 /1955년 "저걸 좀 내려다보아라. 과거는 잊어버리자. 저걸 수습해야 할 거 아니냐? 요컨대 너와 나의 싸움이니 적절히 타협하잔 말이다. " "그게 역사죠. 역사는 당신과 나의 투쟁의 기록이니까." "그러나 이건 진전이 아니라 말세다." "당신의 종말이 가까웠으니까……" "내 종말은 즉 세상의 종말이 아니야?" "흥, 그거 또 괴상한 얘기로군." -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와 신이 구름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단 5분간의 짧은 회담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인간세상에서는 프로메테우스와 신을 대리하는 자들이 열변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회담의 아름다운 결정체가 타협이거늘 프로메테우스와 신 사이에는 접점이 보이지않는 평행선만 존재할 뿐이다. "지나치게 자기 재주를 믿는 것도 사고야. 이제 막다른..
과학과 종교의 대혈투, 문제는 소통이다 신과 다윈의 시대 -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지음/세계사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이 1년여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인터뷰해 책으로 펴냈다. 진화론과 지적설계론, 종교 이론 등 어렵게만 생각되던 과학과 철학 문제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성경'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라 본인의 종교나 선택여부와는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시간씩 성경을 배워야만 했다. 첫 성경 시간에 배웠던 창세기 1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암흑이 깊음 위에 있고...' 한편 과학 시간에는 다윈의 '진화론'이란 걸 배웠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지 150년이 흐른 지금 세계 곳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