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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07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된 피라모스와 티스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은 전세계인이 다 아는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의 대표작 중에 하나다. 몬터규 가문과 캐풀럿 가문은 오랫동안 앙숙 관계였다. 하지만 몬터규 가문의 후계자 로미오는 친구에게 이끌려 변장한 채 참석하게 된 캐풀럿 집안의 무도회에서 캐풀럿 가문의 외동딸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줄리엣도 마찬가지였고 두 사람은 열렬한 사랑을 나눈 뒤 이틀 후에 결혼식까지 올린다. 캐풀럿 가문에서는 줄리엣을 패리스 백작과 결혼시키려 하고 줄리엣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로런스 신부와 상의해 이틀 가량 가사 상태에 빠지게 되는 수면제를 복용한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로미오는 줄리엣의 죽음을 알게 되고 줄리엣 옆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 얼마 후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자신의 옆에 죽어있는 로미오를 보고 칼로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익스피어가 쓴 최초의 낭만적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피라모스Pyramus와 티스베Thisbe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뽕나무 열매가 검붉은 이유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 BC43~AD17, 로마)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바빌론에 사는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서로 이웃에 살았다. 둘은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되어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두 집안은 피라모스와 티스베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왜 두 집안이 이들의 사랑을 반대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오랫동안 원수지간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따름이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식을 줄 몰랐고 담장 너머로 밀애를 나누었다고 한다. 둘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밀어를 속삭였고 담장에 대고 키스를 했다. 두 사람에게 이 담장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쉬 상상이 갈 것이다.

 

▲피라모스를 따라 자살하는 티스베. 사진>구글 검색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둘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집을 떠나 평생 같이 살기로 결심하고 그날 밤 앗시리아의 왕 니누스 무덤가에 있는 뽕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누구든 먼저 도착하면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윽고 밤에 되자 티스베가 먼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집을 빠져나가 약속 장소인 뽕나무 아래 도착해 피라모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자는 방금 전 먹이를 먹었는지 주둥이에는 피가 범벅이 된 채였다. 겁이 난 티스베는 재빨리 근처 동굴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뛰어가느라 스카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자가 그 스카프를 발견했고 피투성이가 된 주둥이로 그 스카프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얼마 후에 피라모스도 그 뽕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하지만 티스베는 보이지 않았고 피묻은 스카프만이 뽕나무 아래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곳에 사자가 자주 출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피라모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온 티스베가 사자의 먹이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늦게 온 탓이라고 생각한 피라모스는 찢겨진 스카프에 입을 맞추고는 차고 있던 칼로 자신의 옆구리를 찔러 자살하고 말았다.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고 뽕나무 열매까지 붉게 물들였다. 한편 사자를 피해 동굴에 숨어있던 티스베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피라모스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다시 그 뽕나무 밑으로 왔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붉게 물든 뽕나무 열매와 그 아래에 쓰러져 있는 피라모스의 주검이었다. 티스베는 조금 전 그 사자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도 피라모스를 따라가겠다고 절규했다. 티스베 또한 피라모스의 칼로 자살을 했고 그 때 솟구친 피가 다시 뽕나무 열매를 물들였고 급기야 피라모스의 피로 물들었던 뽕나무 열매는 붉다 못해 검붉은 색이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하얀색이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되다


열한 살에 입학한 그래머스쿨이 학력의 전부였던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는 <변신 이야기>와 <플루타크 영웅전>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중에는 그리스 신화를 원형으로 한 희곡들이 많다고 한다. 앞서 살펴본 피라모스와 티스베 신화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되었고 <한여름 밤의 꿈>은 <플로타크 영웅전>을 참조했다고 한다. 세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인 <템페스트>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줄거리를 따왔다고 한다. 세익스피어가 참고한 것은 그리스 신화뿐만이 아니었다. <햄릿>은 북유럽 신화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일종의 모방인 셈이다. 어쩌면 표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세익스피어가 모방했다거나 표절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의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천재성 때문이다. 단순한 참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주제와 구성을 재창조한 것이다. 어쨌든 세계적인 문호 세익스피어의 상상력의 원천이 신화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작품 중에 그리스 신화를 원형으로 한 작품이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원형으로 했고 '미녀와 야수'는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를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또 오드리 햅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도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영국)가 피그말리온 신화를 원형으로 쓴 희곡 <피그말리온>을 영화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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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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