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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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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티셔츠 징계, 천박하고 부끄럽다 1951년 아르헨티나의 젊은이 두 명이 모터싸이클을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스물세 살의 체 게바라와 여섯 살 많은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장장 8개월 동안 남미 대륙을 종단한다. 참 '컴백'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그러나 그들이 오토바이로 남미 대륙을 종단하면서 본 것은 낭만이 아니었다. 헐벗고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못받고 있는 남미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난한 남미 민중들의 삶을 체험하며 그들이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상상하고 고민한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체 게바라가 사망한 1967년, 당시의 오토바이 여행을 그린 책 을 출간한다. 한 영웅, 체 게바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여행을 그린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바로 이 ..
반레와 김지하, 두 시인의 같은 듯 다른 삶의 이유 존재의 형식/방현석/2002년 “문재인 지지하는 48%는 국가전복세력이고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다.” 어느 극우주의자의 발언 같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신독재투쟁의 상징적 존재였던 김지하 시인이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를 두고 누구는 화합을 위한 변신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역사를 부정한 변절이라고도 한다. 변절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의 계절에 변신과 변절의 차이가 백지장보다 얇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을 호소했던 김지하 시인의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이든 변절이든 당사자에게는 그만의 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높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
아Q의 정신승리법은 21세기 중국에도 있다 루쉰(1881년~1936년)의 /1921년 이 남자가 사는 법은 독특했다. 건달들에게 변발을 잡히고 실컷 두들겨 맞은 후에도 “나는 자식에게 맞은 셈 치자, 요즘 세상은 정말 개판이야……”라고 생각하고는 스스로 만족해 하며 의기양양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기 뺨을 힘껏 때리고는 때린 것이 자기라면 맞은 것은 또 하나의 자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에는 자기가 남을 때린 것으로 간주했다. 맞는 ‘나’와 때린 ‘나’를 분리하니 분노와 굴욕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니 그에게는 패배란 있을 수 없었다. 소위 ‘정신승리법’이라 불리는 이 남자의 사는 법은 금세 사람들에게 노출됐고 이 남자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이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분노도 ..
어느 전향 남편의 아내 폭행사건 전말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남천의 『처를 때리고』/「조선문단」속간11호(1937.6)/창비사 펴냄 작가 김남천은 1차 사상탄압 당시 검거되어 카프작가로는 유일하게 본심에 회부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남천이 피검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문학활동 때문이 아니었다. 1931년 있었던 ‘공산주의자 협의회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카프 작가들 사이에서는 전향론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김남천도 얼마 후 위장 전향이니 진짜 전향이니 논란 속에 병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 사건 이후 김남천은 임화와 함께 카프 해산계를 제출함으로써 민족주의 진영의 순수문학론에 반발해 문학의 현실참여를 주장했던 카프 작가들의 조직적인 활동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사라지게 된다. 김남천의 소설 『처를 때리고』..
체 게바라는 왜 콩고로 갔을까? 혁명, 열정, 이상주의의 상징인 체 게바라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였다. 그는 입을 열 때마다 ‘체(che)'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체 게바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완성한 게바라는 쿠바 중앙은행 총재, 기업 국유화와 토지개혁 단행 당시 공업부장, 쿠바를 소련의 핵무기 계획에 포함시키는 협정의 쿠바 협상대표 등을 역임했으나 1965년 4월 갑자기 쿠바를 떠났다. 수개월 후 모습을 드러낸 게바라는 콩고에서 무장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왜 모든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혁명에 다시 뛰어들었을까? 역사는 미스터리이다. 이 미스터리가 아니었다면 인류의 운명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인류의 삶을 지배해 온 전쟁의 역사에서 영웅들이 ..
친일반성과 사상전환 그리고 월북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태준의 『해방 전후』/「문학」1호(1946.8)/창비사 펴냄 이태준이 1946년 「문학」지를 통해 발표한 소설 『해방 전후』는 ‘한 작가의 수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태준은 『해방 전후』를 통해 급격한 사상전환을 시도한다. 일제시대에도 순수문학만을 고집했고 경향파 작가들과도 거리를 두었던 그가 해방 이후 급작스레 사회주의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월북한 이후 숙청 당하기까지의 과정도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이 이태준이다. 『해방 전후』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으니 소설의 이해를 위해서도 작가 이태준에 대한 간략하나마 소개가 필요할 듯 하다. 상허(尙虛) 이태준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했다. 1925년..
낙동강을 울게 하는 자 또 누구인가! 조명희의 /1927년 졸고 있는 이 땅, 아니 움츠러들고 있는 이 땅, 그는 피칠함이 생기고 말았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 마을 앞 낙동강 기슭에 여러 만 평 되는 갈밭이 하나 있었다. 이 갈밭이란 것도 낙동강이 흐르고 이 마을이 생긴 뒤로부터, 그 갈을 베어 자리를 치고 그 갈을 털어 삿갓을 만들고 그 갈을 팔아 옷을 구하고, 밥을 구하였다. -『낙동강』 중에서-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의지하고 살던 촌민들은 노래 불렀다. 기러기 떴다. 낙동강 우에 가을바람 부누나 갈꽃이 나부낀다. -『낙동강』 중에서- 이런 낙동강의 갈밭이 어느 날 남의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촌민의 무지 때문이었다. 십 년 전에 국유지로 편입이 되었다가 일본사람 가등이란 자에게 국유 미간처리라는 명목으로 넘어가고 말았..
'민촌' 쥐는 쥐인 척 해야 제격이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기영의 『민촌』/「조선지광」50호(1925.12)/창비사 펴냄 "쥐는 쥐인 척하는 것이 오히려 제격에 들어맞는 법이다. 작자는 여실하게 부르조와 연애소설이나 쓰던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비위에 맞는 강담소설이나 쓸 것이지 아예 이와 같은 무모한 경거망동의 만용은 부릴 것이 아니다. 아무리 관념론자이기로 이만한 이해관계는 구별할 만한 두뇌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을 쓸어내려도 될 듯 싶다. 그대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는 말이다. 쥐이면서 쥐가 아닌 양 행세한다는 이는 다름아닌 춘원 이광수이기 때문이다. 조국해방을 황국신민이 못된 아쉬움으로 토로했던 뼛 속까지 친일파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