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북유럽 신화 +3

[북유럽 신화] 그 유명한 달마대사였지만 그가 혜가 스님을 만나기 전에는 제자가 없었다. 아니 제자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겨울 어느날 혜가가 소림사를 찾았다. 달마대사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달마대사는 제자가 되기를 청한 혜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눈을 붉게 만들 수 있겠느냐?"라고. 마법을 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눈을 붉게 만들수 있겠느냐마는 달마대사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혜가는 질문을 받자마자 차고 있던 칼로 자신의 왼팔을 잘라 흰눈을 붉게 물들여 보였다. 당황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달마대사는 이런 혜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수행승이었던 혜가 스님은 속세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팔을 바친 것이다. 물론 세속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스승으로 달마대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육신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혜가 스님이 속세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참진리의 길을 찾기 위해 팔 하나를 바쳤다면 북유럽 신화의 티르Tyr는 인간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오른손이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게르만족에게 티르는 로마의 신 마르스에 해당한다. 독일식 티바츠Tiwz, 영국에서는 티우Tiw라고 불렀다. 티르는 스칸디나비아 신전에서 부르는 이름이었다. 티르는 승리를 가져다 주는 신이다. 또 법과 질서의 신이었고, 전투의 신이었다. 북유럽 신들 중에 가장 오래된 신으로 알려졌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처음에는 주신의 위치에 있었지만 나중에 토르나 오딘 등에 그 지위를 빼앗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쟁을 치를 때마다 티르에게 도움을 청했고 앵글로색슨 시대 초기에는 무기에 티르의 이름 첫 글자를 나타내는 T를 룬 문자로 표기했다는 것으로 봐서는 티르의 위상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또 화요일에 해당하는 영어 'Tuesday'도 티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분명 주신의 위치에 있었던 게 분명해 보인다. 티르가 북유럽 신화의 주신 중 한 명이지만 그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티르는 늘 허리에 검을 찬 오른손이 없는 전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딘이 한 쪽 눈이 없는 것처럼. 그 사연은 이렇다.

 

▲펜리르에게 오른손을 잃은 티르. 사진>구글 검색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는 펜리르Fenrir라는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펜리르는 북유럽 신화의 대표 스트릭터 로키의 흉악한 자손 중 하나였다. 펜리르는 아스가르드에서 신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엄청나게 거대하고 사나와졌다. 그래서 티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늑대 펜리르를 기르려고 하지 않았다. 한편 예언에 따르면 펜리르는 훗날 태양까지 삼켜버릴 정도로 성장해 결국 인간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신들은 펜리르를 묶어 두기로 결정했다. 즉 펜리르를 포박하는 것은 인간 세상의 파멸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처음 펜리르를 채운 족쇄는 가죽으로 만든 레딩이었다. 하지만 펜리르는 이 가죽 포박을 쉽게 끊어버리고 말았다. 당황한 신들은 보다 강력한 드로미로 펜리르를 포박했지만 이 또한 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신들은 더 강력한 포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신들은 프레이의 하인 스키르니르를 드베르그 소인국 스바르트알바헤임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오딘은 자신의 지혜를 이용해 난쟁이에게 절대 끊어지지 않는 포박을 만들도록 했다. 그래서 나온 포박이 글레이프니르Gleipnir였다.


글레이프니르는 겉보기에는 가는 비단처럼 보이지만 절대 끊어지지 않았다. 글레이프니르가 절대 끊어지지 않는 데는 고양이의 발걸음 소리와 여자의 콧수염, 산의 뿌리, 곰의 힘줄, 물고기의 호흡, 새의 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의 울음소리나 물고기의 호흡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한 세상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글레이프니르였다. 하지만 펜리르는 신들이 자기 턱 사이에 손을 놓아 그 끈 글레이프니르가 해롭지 않다는 것을 보장할 때까지는 그 끈에 묶이지 않으려고 했다. 펜리르의 턱 사이에 손을 넣는 순간 잘릴 게 분명한데 어느 신들도 그런 모험을 할 용기가 없었다. 이 때 나선 신이 티르였다.


티르는 펜리르의 입에 손을 넣었고 신들은 글레이프니르로 펜리를 포박하는데 성공했다. 펜리르는 있는 힘을 다해 티르의 손목을 물었다. 펜리르를 포박하는데 성공한 신들은 기뻐 크게 웃었지만 티르는 오른쪽 손목을 잃어야만 했다. 펜리르는 신들의 거처인 아스가르드가 보이는 곳에 결박되었다. 펜리르의 또 다른 이름은 가름Garm이었다. 가름은 사냥개로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면서 라그나로크(종말, Ragnarok)의 날에 티르와 맞서 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르의 잘린 손목은 인간 세상의 종말을 막은 증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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