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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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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곡예단 피에로들을 소개합니다 곡예사/황순원/1952년 왁자지껄 도때기 시장같던 분위기가 일순간 숙연해진다. '오늘도 아슬아슬 재주 넘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곰이네. 난장이 광대의 외줄타기는 아름답다, 슬프도다, 나비로구나'. 그리고는 억눌렸던 감정이라도 폭발시키 듯 숨가쁘게 전개되는 가사와 경쾌한 몸짓이 무대를 장악한다. 그 짧은 난장은 이내 다시 가슴을 후벼파 듯 느리게 느리게 감성을 자극한다. '커다란 무대 위에 막이 내리면 따스한 별빛이 나를 감사네. 자주빛 저 하늘은 무얼 말할까. 고요한 달 그림자 나를 부르네'. 끝맺음은 흥청망청 춤을 추다 숨쉴 틈도 주지않고 '헤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짧은 공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절되고 알 듯 모를 듯한 여운만 길게 남는다. 참 많이도 불렀다. 아니 그렇게라도 폭발하고 싶었다. I..
고향을 버려야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사람들 이호철의 /1955년 작가 이호철은 원산이 고향인 실향민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으로 동원되었다가 국군의 포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단신으로 월남해 부산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때 그는 부산항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김동리의 소설 배경이 된 밀다원 다방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호철의 데뷔작 은 당시 부산항 부두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이호철의 단편소설 은 전쟁의 충격으로 허무주의와 패배주의로 점철된 당시 전후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는 실향민으로서 낯선 타향에서 홀로 서야만 했던 저자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고..
1953년 부산과 2011년 대한민국의 끝의 끝 닮은꼴 손창섭의 /1953년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찌하여 그들은 출찰구를 빠져나오자 마자 그렇게 쓱쓱 찾아갈 곳이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그들은 한 순간에 동지에서 벗어나 그렇게 용감하게 자유를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이 부산의 끝의 끝, 막다른 끝이란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 끝의 끝, 막다른 끝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옮기면 바다에 빠지거나 허무의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그렇지도 않다면 정녕 이 끝의 끝, 막다른 끝까지 온 사람은 중구 자신 뿐이란 말인가. 김동리는 그의 소설 (1955년)에서 한국전쟁 당시 최후의 피난처 부산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끝의 끝. 김동리는 전쟁의 상흔이 남긴 극한의 절망적 상황을 '끝의 끝'이라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단어로 ..
노무현은 부산으로 갔지만 유시민은 김해로 갔다 유시민·진중권·홍세화 외 /2009/책보세 펴냄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4.27 재보선을 보면서 이런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야권 후보가 출마한 지역 중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던 김해에서 패배의 쓴잣을 마신 것이다. 한편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야당의 패배는 예상된 수순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였는지 아니면 무한한 정치적 야망이었는지 그 논란의 중심에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있었다. 그는 야권단일화 과정에서는 승부사적 기질이 빛을 발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허망하게도 무너지고 말았다. 얼핏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려지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승부사적 기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