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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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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함께 삼켜버린 바퀴벌레의 단상 이승우(1959~)의 /「문학사상」163호(1986.5) 프란츠 카프카의 을 읽어본 독자라면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경험이 생생할 것이다. 보험회사 외판원으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던 그레고르 잠자, 그는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끔찍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결국 그는 썩은 사과에 등을 맞고는 벌레로 생을 마감한다. 충격적인 이 소설은 현대성과 현대인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세계적인 고전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카프카의 이 주었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어느날 커피와 함께 삼켜버린 바퀴벌레로부터 끄집어낸 잡지사 선배의 신경과민 증세는 단순한 의학적 병리현상을 떠나 시대를 고민하는 어느 지식인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
요놈의 담배 때문에... 오늘은 주간근무 첫 날이었다. 두 달 동안 올빼미 생활을 하다보니 여간 긴장되는 아침이었다. 야간근무를 하면서 역시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야된다는 신념이 더 확고해 졌건만 오늘 아침은 그동안의 바램과는 달리 카프카의 『변신』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 있었던 그레고르 잠자처럼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오랫만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부적응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삶의 현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오랫만에 아로마향 거품으로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직장까지는 버스로 넉넉히 1시간....서울이란 동네에서야 흔한 거리지만 대전에서는 결코 짧은 출근거리가 아니다. 바지 주머니에는 언제나처럼 책 한권을 넣었다. 나의 무거운 발걸음과는 달리 이틀간의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기적의 사과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이영미 옮김■김영사 펴냄 유기농 화장품 관련 유통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유기농 화장품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했으니 나름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이 있었던 것일까?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대중화되지 않은 시장에서 일부 마니아층만을 상대로 장사하기란 대박을 꿈꾸는 소인배에게는 처음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찌저찌 고비를 넘겼으면 지금쯤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하고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국내에는 유기농 화장품이 전무했던 시절이라 어렵게 찾아낸 외국 유기농 화장품을 국내에 들여오게 되었다. 한 기업과 너무 오래 거래했던지 그때 새롭게 유기농 사과를 원료로 한 화장품이 미국에서 출시되어 관심을 둔 적이 있는데, 이를 알게 된 기존 거래처 사장이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