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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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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와 다양성 사회의 시민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그리스 아티카 지방에는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일삼는 도둑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도둑의 집에는 철제 침대가 하나 있었는데 나그네가 그 집 앞을 지나가면 불러들여 침대에 눕힌 다음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몸을 늘려서 죽였다고 한다. 이 도둑이 바로 그 유명한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말이 바로 여기서 유래됐는데 자기 생각에 맞추어 타인의 생각을 고치려 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 이 말을 흔히 사용한다. 하지만 악명 높았던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도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그가 사람들에게 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테세우..
민주주의(Democracy) 속에 살아있는 신, 크라토스 그리스 신화에서 크라토스(Cratos 또는 Kratos)는 흥미로운 신이다. 크라토스는 힘과 권력의 신이다. 하지만 그에 관한 그 밖의 모든 것들에 관한 서로 상반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크라토스의 부모에 관한 두 개의 상반된 이야기가 있는데 부모에 따라 그의 다른 신들과의 관계도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신화에서 크라토스는 티탄족인 팔라스(Pallas)와 스틱스(Styx)의 아들로 언급되고 있다. 이런 출생 배경은 크라토스를 올림포스 신들과 연결시켜 준다. 물론 올림포스 신들의 계보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크라토스는 가끔 힘과 전쟁을 상징하는 몇몇 신들 즉 승리의 여신 니케(Nike), 폭력의 여신 비아(Bia), 질투의 신 젤로스(Zelus) 등의 형제로도 언급되기도 한다. 이 경우 크..
오이디푸스 왕과 박근혜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B.C 406, 그리스) 지음/황문수 옮김/범우사 펴냄 2017년 3월10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것이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말한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되었다. 촛불 민심의 승리라고들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박근혜 탄핵은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었다. 대통령도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탄핵될 수 있다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적인 사건임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사저로 ..
국가는 저항의 냄새만 쫓는 마약견인가 저항의 냄새/압듈 아지즈 가르몰(Abdel Aziz Gharmoul, 1952~, 알제리) 대통령 비판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제격인 때가 있었다. 대통령도 기꺼이 동의했다. 바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서민들의 노곤한 일상을 해소해주는 안주거리가 대통령 비판이었다. 언론조차도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걸로 처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만들어 노 대통령을 향해 ‘노가리’, ‘육시럴 놈’ 등의 육두문자를 써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 연극 객석에는 박장대소하며 노 대통령 비난을 즐기던 박근혜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풍자 특히 대통령 풍자는 처벌의 대상으로 돌변했다..
시대를 담아내지 못한 정치,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 포도나무집 풍경/김영현/1988년 1987년은 승리의 역사이자 패배의 역사였다. 부정한 권력과 맞선 민중의 승리였지만 민중의 염원인 민주정부 수립에는 실패한 정치의 패배였다. 정치의 패배란 무엇을 의미할까? 6월 민중항쟁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군사독재정권은 민중의 힘으로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을 대변할 민주정부가 손에 잡히는 듯 했다. 아니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민주정부는 고사하고 군사독재정권의 2인자였던 정치군인이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양김(김대중, 김영삼)의 분열은 지나치게 고상한 표현이었다. 사실은 6월 민중항쟁의 의미를 정치적으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양김의 탐욕이 원인이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은 어느덧 현실에 대한 무기력과 패배감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문창극 과거발언 모아보니...사퇴가 답이다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부적절한 과거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장로 자격으로 온누리 교회 특별강연 동영상이 KBS 보도를 통해 폭로된 이후 서울대와 고려대 교수 시절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에서도 막말이 있었다는 보도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총리 지명 철회가 제기되고 있다. 친일을 옹호하고 민족성을 폄하하는 등 이 땅의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 총리가 되겠다는 것인지, 전직 대통령들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은 사람이 어떻게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인지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람을 국무총리로 지명했는지 분통 터지는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과거..
이념 교육의 장본인들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운운? 6.4지방선거의 민심은 교육감 투표에 있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등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계급 투표보다는 지역간·세대간 투표성향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이런 투표성향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정부·여당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이런 고질적인 투표성향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진보 교육감의 압승이었다. 앵그리맘의 반란과 이런 민심을 거부한 또 하나의 반란 세월호 침몰이 참사로 이어진 배경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이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만이 아니라 학교교육에서도 마찬가지..
문재인 특별성명 "대통령은 불통과 독주를 멈춰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의원은 “국정철학과 국정기조의 근본을 바꿔야 합니다.”로 시작하는 특별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무능력과 무책임 때문에 무고한 생명들이 죽음으로 내몰린 비극이라면서 대통령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제 대통령 담화는 실망만 안겨줬을 뿐이라며 희생양으로 삼은 표적에 대한 호통과 징벌만 있었지 비극적 참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의원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내세운 해경 해체나, 해수부 축소 등 정부조직 개편과 관피아 척결도 국정철학과 국정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