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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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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청춘은 시고 떫은 푸른색이다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배수아/1994년 "저같이 작은 중소기업 사장 하나도 30개국을 정복할 수 있는데 젊은이들이 왜 정부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수동적인 입장인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의 야심작이었던 김성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말이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에 대해 수동적인 요즘 젊은이들을 질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청년실업과 관련해 '청년들은 개척정신이 필요한데 안 찾는 것이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스스로를 '재벌좌파'라고 하더니 정작 그녀의 행보는 '극우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에게는 심한 결핍이 하나 있다. 자신의 성공신화에 도취된 나머지 어떤 문제를 야기시킨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구조..
전통문화 복원이 진부하다고? 진보겠지 흐르는 북/최일남/1986년 1981년 5월28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는 ‘국풍(國風) 81’이 열렸다. ‘민족단합의 대합창’이라는 구호로 5일간 진행된 이 행사는 1만 3000여명의 연예인과 동아리 대학생들이 참가했고 행사장을 찾은 인원만도 1000만명에 달했다. 행사기간 동안 야간통행금지도 일시 해제할 만큼 당시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에게 ‘국풍81’은 사활을 건 대규모 행사였다. 특히 대학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탈춤을 비롯한 풍물 동아리를 참여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신군부의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고 신군부 주연 관제언론 조연의 '거대한 민중문화 축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민화를 노린 국가 주도의 '놀자판'으로 판명되기에 이르렀다. 1980년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탄생..
요즘 대학생들은 무슨 고민을 할까 오탁번의 /1973년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이 치러지는 해다.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에 최소공배수라는 수학적 개념을 도입해 보면 20년마다 양대 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셈이다. 내가 대학 새내기였던 20년 전에도 그랬다. 일 년 전 백골단에 의해 사망한 명지대학교 강경대 열사의 여운이 남아있던 터라 대학은 그야말로 정치투쟁의 장이었다. 게다가 민주화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김영삼이 군부세력에 투항해 여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 선거를 치른 여파도 컸으리라. 대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낭만을 채 즐기지도 못한 채 각종 정치 현장을 발로 뛰면서 나의 시선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누구나 그렇듯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나를 뜻하지 않는 고민의 세계로..
역사의 뒤안길에는 대한민국 원주민이 있다 최규석의 /2008/창비사 지난 1월20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2년 전 차디찬 겨울의 한 복판에서 그들은 살을 에는 물대포 세례를 받아야 했고 급기야 추위를 녹위는 거대한 화염 속에 피끓는 절규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까만 주검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분노했다. 심지어 국가가 망자들의 손목에까지 쇠고랑을 채웠을 때 국가는 한낱 거추장스러운 사치품에 불과했다. 여전히. 그들의 타들어가는 절규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할 만큼 그렇게 불순한 것이었을까? 단지 내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것 뿐이었는데, 국가에 더 달라고 손벌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살던대로 그렇게 살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는데...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는 2년 전의 분노도 눈물도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