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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코너가 연일 음악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고 음반시장에서는 40대가 핵심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작렬하는 적도의 태양 아래 목이 타들어가던 들소떼가 물웅덩이를 발견한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터진 담당 PD의 '시즌2' 발언은 '나가수' 열풍에 논란까지 더해주고 있다. 원래 제작의도였는지 아니면 시청률에 대한 욕심인지 알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나가수' 열풍은 그동안 TV 속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또는 들을 수 없었던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가수들에게는 출연에 대한 부담이 시청자들에게는 최고의 가수들 노래를 지속적으로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황제의 귀환'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나가수' 열풍의 주역이었던 임재범의 일시하차는 이 프로그램이 향후 어떤 새로운 감동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가수'와 같은 서바이벌 음악대결이 신화에도 있었다면?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가! 신화 속 서바이벌 음악대결의 주인공은 '태양의 신'이자 '음악의 신'인 아폴론과 '강의 신' 마르시아스다. 이 신들의 음악대결은 노래가 아닌 연주대결이었다. 노래에는 독보적인 오르페우스가 있었으니...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아폴론은 어느날 피리 연주 하나로 동물들까지 감동시키는 강의 신이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소문은 마르시아스의 피리 연주가 아폴론의 수금 연주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오죽이나 질투심 강한 신들이 아닌가! 아폴론은 마르시아스를 찾아가 연주 대결을 제의한다. 일종의 서바이벌이다. 그런데 이 서바이벌 게임은 '나가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나가수'야 탈락하면 더이상 방송출연을 할 수 없지만 신들의 서바이벌 연주대결의 패자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벌칙이 주어졌다. 이름도 없던 마르시아스는 아폴론의 이런 제의에 선뜻 동의하고 만다. 이 서바이벌 연주대결의 승자를 확인하지 전에 이들이 만나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보자.

헤라 여신은 남편이자 그리스 신화의 바람둥이인 제우스의 난봉질을 참지 못해 포세이돈과 아폴론의 도움을 얻어 제우스를 가죽 끈으로 묶어버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제우스가 누구인가? 신중의 신이 아닌가! 제우스는 테티스(이치의 신)의 도움으로 결박에서 풀려나고는 포세이돈과 아폴론을 각각 성쌓는 일과 소떼 지키는 일을 하는 벌을 내린다. 아폴론이 마르시아스를 만나게 된 것도 이 때 제우스가 내린 벌로 목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마르시아스는 어떻게 피리 연주의 대가가 되었을까? 사실 마르시아스는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강에서 피리 하나를 주웠는데 마르시아스가 이 피리를 입술에 댈때마다 저절로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결코 마르시아스의 재주가 아니었다. 이 피리가 이렇게 신통방통한 재주를 부리는 데는 이 피리의 주인이 아테나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신들의 잔치에 초대된 아테나 여신은 사슴뼈로 만든 피리를 들고 와서는 잔치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그러나 헤라와 아프로디테만은 아테나의 피리 연주를 비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가 누군가! 그리스 신화의 3대 미인이 아닌가!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세 여신의 질투로 발발하지 않았는가! 

자존심이 상한 아테나는 자기 신전으로 돌아와 구리 거울 앞에서 피리 연주를 해 보았다. 왠걸 피리를 불 때마다 뺨이 개구리 볼처럼 우스꽝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닌가! 헤라와 아프로디테는 아테나의 이 모습을 보고 웃었던 것이다.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아테나는 피리를 인간세계로 던져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이 피리를 주운 신이나 사람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질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이 피리를 주운 신이 바로 마르시아스였다. 

서바이벌 연주 대결

본격적으로 연주대결을 시작한 아폴론은 문화와 예술을 총괄하는 9명의 무사이 여신들을 심사위원으로 초청하고 마르시아스는 인간인 미다스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하고는 본격적인 연주 대결을 시작한다. 아폴론의 수금 연주와 마르시아스의 피리 연주는 신들을 물론 인간 심지어 동물들까지 감동시킨다. 두 신들의 연주 대결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만큼 완벽했다. 특히 마르시아스의 피리 연주는 무사이 여신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게 된다. 당황은 아폴론은 꾀를 낸다. 신들이 꼭 정정당당한 건 아니다. 오히려 비열할 때가 많다.

아폴론은 이대로는 승부를 내기 어려우니 각자의 악기를 거꾸로 연주하자고 제안한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마르시아스는 음악적 재능은 없고 단지 영묘한 피리 하나를 얻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마르시아스는 덥썩 동의하고 만다. 수금이야 거꾸로 연주해도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 수 있지만 피리가 그게 가능한가! 결국 무사이 여신들은 아폴론의 손을 들어준다. 약속대로 아폴론은 예리한 칼을 준비해 마르시아스의 가죽을 벗기기로 한다. 이 때 미다스 왕이 항의하고 나섰다. 야비한 아폴론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아폴론은 미다스 왕이 음악의 신이 연주하는 수금과 하찮은 강의 신이 연주하는 피리 소리도 구분하지 못한다며 마다스 왕의 귀에 귀 하나를 더 붙여 주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여기서 유래하게 된다. 결국 서바이벌 연주 대결에서 진 마르시아스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벌칙을 받고 말았다.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서바이벌 연주 대결의 메타포는 오만이다. 

아테나 여신이 버린 피리의 신기한 재주만을 믿은 마르시아스는 당돌하게 음악의 신과 서바이벌 연주 대결을 하게 되고 그 최후는 비참하게 끝나고 말았다.
마찬가지다. 최근 몇년동안 일요일 예능의 왕좌 자리를 KBS '1박2일'에 내주었던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지금의 시청률 상승에 도취되어 시청자와 음악팬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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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1 :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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