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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25 짜장보다 더 맛있는 우리말, 짜장 (2)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이란 코너의 한 토막이다.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여자 꼬시러 갔다가 아무 소득 없이 돈만 쓰고 오는 곳"

여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양주, 맥주 공짜로 얻어먹고 싶을 때 가는 곳"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같은 단어를 두고 남녀의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 대한 중년 남녀의 서로 다른 해석까지 나오면 관객들은 그만 배꼽을 잡으며 자지러지고 만다. ‘자기들끼리 갔다가 신나게 놀고 물 흐리고 오는 곳이 중년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라면, 중년 여자에게는 자기들끼리 신나게 갔다가 자기들끼리만 놀고 오는 곳이란다 

 

사진> 다음 검색 

 

이 코너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정작 코너 제목에 대해서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말 같기도 하고 외래어 같기도 했던 레알’. 인터넷과 신세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40대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외계어 그 자체였다. 알고보니 레알은 누리꾼 사이에서 영어 ‘Real’을 글자 그대로 발음한 데서 유래한 신조어라고 한다. 또 스페인어에서 ‘Real’레알로 발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프로축구의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레알(Real)’은 우리말로 진짜의’, ‘실제의’, ‘정말로라는 뜻의 부사어다.

 

건강한 원시주의에 대한 예찬을 그린 소설 정비석의 <성황당>에도 짜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참고로 성황당은 정비석이 대중소설가로 전향하기 이전, 즉 순수문학을 했던 시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그래 순이는 집 앞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 성황당에 돌을 던져서, 제발 남편이 신발과 댕기를 사오기를 축수하고 나서, 짜장 댕기와 고무신을 사오지 않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워보리라 마음먹었다. –정비석의 <성황당> 중에서-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짜장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부사로 본래 강원도 영서 지역이나 평안북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쓰였던 방언으로 현재는 표준어로 인정돼 국어대사전에 실려있다. 실제로 작가 정비석은 평안북도 의주가 고향이다. 강원도나 평안북도 지역에서 많이 쓰였다는 것은 정비석 말고도 강원도 출신의 작가 이효석의 소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충줏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밑이 떨리고 그 자리에 소스라쳐버린다. 충줏집 문을 들어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 된 서슬엔지 발끈 화가 나버렸다. 상 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1936년 『조광』에 발표된 우리나라 대표 단편소설로 장돌뱅이 허생원과 동이가 소금을 뿌린 것처럼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봉평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이 펼쳐진다. ‘짜장이란 뜻을 몰랐던 독자라면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에서 짜장을 갑자기 나타날 때 쓰는 의성어인 이나 짜잔으로 해석했을지도 모르겠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박태순의 소설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에도 기를 쓰고 가르쳐본댔자 소 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짜장 헛된 이야기만도 아닌 셈이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말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레알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재치 발랄함도 좋지만 짜장과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발굴하고 복원해서 일상 언어로 만드는 것도 시대를 즐기는 한 방법은 아닐런지…. ‘짜장처럼 아름다운 우리말에 라온이라는 말도 있다. ‘라온 우리 집즐거운 우리 집과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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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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