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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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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팔계보다 못한 현대의 가축인간 인간농장/류짜이푸 지음/송중서 옮김/글항아리 펴냄 작가라면 제 심리를 글로 토로하지 않고는 평형감각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특히 정신적 중압감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성의 약점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산문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루쉰은 바로 이러한 글을 일컬어 ‘잡문’이라 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잡문’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가볍고 짓궂은 류짜이푸의 산문들은 낡은 틀 속에 갇힌 문명과 국민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글쓰기의 천만 가지 가능성 속에서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려 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유형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사람과 짐승은 ‘아주 조금幾稀’만 차이날 뿐이다.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은 제 목숨이 곤경에 처했다고 느끼면 곧바로 길짐승이 되거나 날짐승으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나의 하루는 어둠이 내리고서야 시작된다. 벌써 2년째다. 토요일을 제외하곤 늘상 다른 사람들이 하루의 노곤함을 풀 시간에 나는 출근 준비를 한다. 어김없이 저녁 여덟 시가 되면 버스에 몸을 싣는다. 특히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둔산동 일대가 왁자지껄해지는 금요일 밤의 출근은 여간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먹고 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 것을. 어쨌든 가방에는 늘 두 권의 책을 넣는 게 출근준비의 전부다. 버스는 항상 맨 뒤에 자리를 잡는다. 직장이 40분 정도 되는 거리의 종점에 가까워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으면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좋다. 다행히 둔산동에서 신탄진간 버스노선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서서 가는 경우는 드물다. 40분 동안은 책과 벗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