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무방

(2)
동화적 상상으로 깨버린 반공 이데올로기 황순원(1915~2000)의 /「신천지」52호(1953.5) 한국전쟁이 끝나갈 무렵 접전 지역의 한 초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만무방'을 보면 주인공인 초가 주인여자는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걸어두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의 참혹성과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과거군사정권 시절 납북됐다 귀환한 사람들이 남쪽에서는 간첩혐의를 뒤집어쓰고 사는 경우도 허다했고 북파공작원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국가로부터 버림받곤 했다. 한편 이들 납북자들과 북파공작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 정권과 단체를 향해 빨갱이라고 비난한다. 해방 후 찾아온 남북분단과 6.25전쟁은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한국사회 전반에 뒤틀린 질서를 태동시켰다. 이데올로기라는..
현대판 장발장,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만무방』/「조선일보」(1935.7.17~31)/창비사 펴냄 당뇨병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훔친 아들, 아이들 분유값 때문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남성들에게 성관계 쪽지를 보낸 뒤 차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엄마, 간암 투병 중에 약값이 없어 배포용 무가지를 훔친 독거노인, 빈 건물에서 건축자재를 훔치다 붙잡힌 무직자까지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부고 언론이고 내일 당장이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그 뒤안길에서는 ‘현대판 장발장’이 빵 한 개 훔치려다 철창 신세로 전락하는 생계형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범죄는 범죄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냉혹한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기에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