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김진옥 요리가 좋다'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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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8 남자, 태어나 처음으로 요리책을 보다 (41)

■김진옥 요리가 좋다■김진옥 지음■어울마당 펴냄

남자 넷이서 열 개의 라면을 끓이기 위해 휴대용 가스레인지 두 대를 사용했던 무식한 시절이 있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냄비만 더 있었더라면 더 많은 라면이라도 끓일 태세였다. 대학 시절 하숙하는 친구들과 자취하는 친구들이 모이면 늘 이랬다. 돌이라도 씹어먹을 나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식해 보이지만 그 시절을 보낸 남자들이라면 당연한 풍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법칙이 하나 있었다. 물의 양을 조금 줄이는 대신 라면 수프 한 두 개쯤은 남겨두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왜 남학생 자취방 구석구석에는 라면 수프가 굴러다니곤 했을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바, 그 시절 자취생에게 라면 수프는 '마법의 조미료'로 통했다.

그로부터 십 수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그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자가 한 명 있다. 변한 게 있다면 음식에 관해선 어느덧 삼 년된 서당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라면 수프가 필요없을 정도의 요리 실력(?). 그렇지만 혼자 먹어야만 한다. 나누어 먹기엔 울그락 불그락 변해가는 얼굴만 상상될 뿐이다. 그런 이 남자가 태어나 처음으로 요리책 한 권을 구입했다. [김진옥 요리가 좋다]

나는 책 블로그와 시사 블로그, 그리고 요리 블로그를 자주 방문한다. 하나는 취미 생활이고 하나는 관심사이며 마지막 하나는 혼자 사는 남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웹서핑을 하면서 많은 이웃들이 생겼다. 블로거 '옥이'도 나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 버린 내 이웃이다. 그날도 습관처럼 옥이의 블로그를 들렀다. 옥이가 요리책을 냈단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받아보는 게 불편해진 나이가 되어 버려서였을까? 냅다 인터넷 서점을 접속해서 [김진옥 요리가 좋다]를 주문하고 말았다. 직접 보는 게 더 편해서다. 컴퓨터로 출력해서 보는 건 불편하기보다는 익숙치 않아서...

요란하지 않은 책 표지가 맘에 든다. 솔직히 요리책이라고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편집된 표지였다면 누구라도 볼까 집에 두기에 좀 부끄러웠을텐데...남자들은 그렇다. 첫 장을 넘기자 표지에 접힌 평범한 아줌마의 사진과 함께 등장한 저자 소개란이 눈길을 끈다.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과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콩깍지', 요리를 좋아하지만 정규 코스를 밟을 수 없었던 그녀의 꿈.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꿈. 그러나 그녀의 말대로 '늘 자신을 사랑하며 꿈을 꾸는 옥이'는 요리 하나로 파워 블로거가 되었고 이제는 당당하게 그녀의 이름을 내건 요리책의 작가가 되었다. 멈추지 않을, 멈출 수 없는 그녀의 더 높은 꿈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김진옥 요리가 좋다]는 그동안 가끔 TV에서 일류 요리사들이 쏟아내던 알 수 없는 요리 재료와 용어들이 없어서 좋다. 냉장고만 열면 보이는 재료들과 가스레인지 하나만 있으면 남자라도 '따라쟁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좋다. 이런게 바로 '생활 요리'가 아닐까? 진정한 장금이의 포스를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이런 신념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여섯 개 장으로 구분해서 소개하고 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소개된 그녀만의 '계량 방법'은 젊은 날 '라면 수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이야 그런 무식한 방법은 버렸지만 여전히 음식 맛을 내기 위해 무심코 쏟아붓던 인공 조미료, 건강에 안좋다는 건 알았지만 요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천연 조미료 만드는 방법은 사실 귀찮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조미료 대신 육수로 이 간단치 않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뿐만 아니라 계량 방법도 OOml, OOmg 이런 방식이 아닌 집에 있는 밥숟가락이나 종이컵, 때로는 손으로 한 줌이라는 계량법이 요리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덜어준다.


또 뭔가 갖춰져야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요리들, 그녀는 간단하게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 준다. 전자레인지나 오븐이 없어도 피자를 만들 수 있고 치킨볼을 만들 수도 있다. 그녀가 요리 관련 파워블로거가 된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하지만 중요한 국, 찌개종류>, <약간 특별한 날 별미요리, 전골, 탕요리>, <매일매일 든든한 반찬>,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는 김치, 저장음식>, <간식, 샌드위치, 도시락, 샐러드>, <면류, 전요리, 기타>를 따라하면서 옥이의 꿈도 격려해 주고 당신의 꿈도 이루길 바란다. 그 꿈이 반드시 요리가 아니더라도...


무슨 궁상이냐 싶겠지만 난 요즘 김치는 아니더라도 간단한 찌개나 국은 '따라쟁이'의 재미가 솔솔찮다. 사진으로 남길 시간적 여유가 없어 '따라쟁이' 여강여호의 일상을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여전히 '라면 수프'를 사용하고 있는 자취생이나 독신남이 있다면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감행해 보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블로거 옥이가 본다면 당황해 할 수도 있겠다. 일면식도 없는 이웃이 '옥이님'도 아니고 '옥이'라니...결혼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친정에서 갖가지 음식들을 퍼나르는 옥이 또래의 여동생이 생각나서...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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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1 : 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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