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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13 전태일 44주기, 100만원짜리 옷을 만들어도 일당은 2만원 (13)

너는 나다/손아람·이창현·유희·조성주·임승수·하종강 지음/레디앙·후마니타스·삶이보이는창·철수와영희 펴냄

 

한동안 뜸 하더니 오랫만에 수능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안 그래도 떨고 있을 수험생들인데 날씨마저 이 모양이니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떨지 마시라. 젊음이 있고 열정이 있는데 이 비루한 세상 어떻게든 헤쳐나가지 못하겠는가 말이다. 가슴에는 꿈을 품고 눈은 문제에만 집중하시라. 세월이 흘러 그대들이 이 땅의 자랑스런 노동자가 되는 날에도 세상이 여전히 비겁하겠느냐 말이다. 맞다. 오늘은 수험생 그대들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대들의 미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을 불사른 지 44년이 되는 날이다.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 그것이 바로 윤회의 사회적 의미이다. 우리는 앞선 시대로부터 비롯된 사소하거나 중요한 변화들을 완전하게 상속했다. 전태일은 모든 전태일의 적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단지 가진 이름이 전태일과 다를 뿐이다. 이 이야기는 '전태일씨,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질문을 올바르게 고쳐 써야 할 차례다. 내가 원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너는 나다> 중에서-

 

▲ <너는 나다> 

 

감각적인 색으로 도배된 미디어와 위정자들의 '선진국' 타령으로 우리는 지금 심각한 착시 현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현실인 기사 한 편이 작은 충격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오늘자 경향신문은 전태일 열사가 몸 담았던 의류 업계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의류 노동자 인턴 월급이 30~60만원으로 일당으로 치면 1만~2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하루 14~16시간 노동하며 휴일도 한 달에 이틀 정도 뿐이란다. 복지 여건도 열악해서 인턴 노동자 대다수는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4대 보험을 들어준 회사도 거의 없으니 산재가 나도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나 업체들도 드물다고 하니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44년 전과 지금의 노동자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백화점을 화려하게 장식한 100만원짜리 옷을 만들어도 일당은 고작 2만원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단 의류 노동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24시간을 뜬 눈으로 근무해야 하는 경비 노동자들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보도는 수도 없이 흘러나오고, 인간적인 모욕까지 감내하며 생계의 끈을 이어가다 끝내 자살을 선택한 경비 노동자도 있다. 알바(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떤가? 그야말로 노동법의 사각지대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최저 시급은 물론 주휴 수당까지 착복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다들 집에서는 사랑스런 아들이고 딸인데 사회에 정식으로 첫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불신을 배우고 증오를 배워야 하는 현실이다.

 

태일이는 참 사람을 좋아했어야. 이 말 하니까 생각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열사님은 어떻고 저떻고 하는데 그게 말이냐? 어느 부모에게 자식이 열사겠냐. 그냥 아들이다.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닌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야. -<너는 나다> 중에서- 

 

사진> 한겨레 

 

아직도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둘째 치고라도 노동 취약계층을 보호다는 명목으로 만든 최저임금이 이제는 노동자를 자본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1988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니 벌써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기업의 저임금 구조를 정당화시켜 주는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기업들은 최저임금 노동자만 양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최저임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생활임금제다. 

 

학벌이 좋든 아니든 다 그런 고민을 해요. 몇 명은 지금 외국으로 떠난 친구들도 있고, 친구 한 명은 이번에 모 대학 언론학부를 졸업했고 인터넷 관련 업체에 붙었어요. 그래서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전에 회사에 연락해서 사원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 같은 것을 물어봤대요. 월급이 얼마고, 뭐 이런 식으로 물어봤더니 두 시간 만에 다시 전화가 와서는, '귀하는 되게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했으므로 탈락'이라고 하더래요. 복리후생이 어떻고, 휴가는 어떻고, 이런 식으로 그냥 물어봤을 뿐인데 회사에서는 '붙여 줬으면 잔말 말고 일이나 하지 왜 그런 걸 물어보냐' 그런 식으로 나오면서 그만두라고 했대요. -<너는 나다> 중에서-

 

현재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63만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108만원으로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생활임금제는 '주거·교육·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말한다. 부천시를 필두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생활임금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보수 신문과 경제지들은 경제도 어려운데 생활임금 타령이냐고 타박한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실질임금이 이미 마이너스가 된 시대인데도 권력과 언론은 한통속이 되어 전방위적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해 온다. 게다가 대통령의 허무맹랑한 '좋은 일자리' 공약은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공약空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용률 70%라는 의미없는 통계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계약직 여자애들이 하는 그런 일이 있나 봐요. '빠른 텔러'라고 하는 모양인데……. 안정직인 계약직이 말이 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꾸준히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옮겨 다니고 싶다고 그래요. 자신이 정규직이 될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너는 나다> 중에서-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라는 부제가 붙은 <너는 나다>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책이다. 책은 고유명사 '열사 전태일'을 이웃을 사랑한 형, 오빠' 같은 보통명사로 만들려는 시도가 담겨있다. 40년 전 전태일 열사가 꿈꿨던 삶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다. 다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반세기가 다 되도록 이런 전태일 열사의 꿈은 요원해 지고만 있다. 오히려 권력과 자본과 언론의 3자 공동기획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법만 교묘해 지고 있을 뿐이다. 이 시대 전태일들이 또 다른 전태일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딱 하나일 것이다. 한때 유행가처럼 망각의 늪으로 빠져 버렸지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고, 사람다운 삶에 대한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미래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질문이 될 것이다.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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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74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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