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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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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의인화, 데이모스 그리스 신화에서 데이모스Deimos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또 다른 공포를 의인화한 신 포보스와는 쌍둥이 형제지간이다. 둘 다 공포나 두려움을 의인화한 신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데이모스는 패배의 두려움이 내재된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로마 신화에서 데이모스는 메투스Metus 또는 포르미도Formido라고 불렀다. 데이모스가 공포의 신이라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전쟁의 신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데이모스와 그의 형제는 종종 그들의 아버지인 아레스에게 합류하곤 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전차를 타고 전쟁에 참여한다. 그들은 또한 아레스의 여동생이자 그들의 고모가 되는 에뇨(로마 신화의 벨로나) 여신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
불안과 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에의 역습 열린 유리문/사키(Saki, 1870~1916, 버마) 한 소녀가 있었다. 베라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짧은 순간에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여섯 살에 불과했지만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나 그 재능을 잘만 키운다면 장차 세계적인 소설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소녀의 창작 능력과 입담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한 청년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고 말았다. 사키의 소설 의 분위기는 학창 시절 들었던 어디에나 있었던 학교 괴담처럼 괴기스럽고 공포스럽다. 결국 소녀의 꾸며낸 이야기였다는 마지막 반전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나의 소개로 새플턴 부인을 방문한 프램튼 너틀은 부인을 기다리는 동안 소녀로부터 이 집 특히 열린 유리문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사연은 ..
드라마 속 '피노키오 증후군', 실제로 있다 요즘 피노키오가 화제다.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 )가 1883년 발표한 동화 는 소목장인 제페토 할아버지가 장작을 깎아서 작은 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Pinocchio)’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피노키오는 말썽꾸러기로 어느 날 제페토 할아버지가 옷을 팔아서 사준 책을 끼고 학교에 가다 인형놀이를 구경하게 되는데 인형놀이 주인이 피노키오를 불쌍하게 여겨 금화 다섯 닢을 준다. 피노키오는 이 금화로 집에 돌아오는 도중 고약한 여우와 고양이의 꼬임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등 온갖 모험을 겪는다. 특히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의 커가 길쭉하게 늘어난다는 설정은 웃음과 함께 동화 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원작은 이다. 드라마 속 ‘피노키오 증후군’은 가상의 설정 최근 인기..
내재된 범죄심리와 공포를 추적한 소설 검은 고양이/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 미국)/1843년 “껌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요?” “고양이 뇌.” 한때 이런 황당한 류의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동요로 1970년대 우리말로 번안되어 어린 여자 아이의 숨가쁜 목소리로 널리 알려지게 된 노래 ‘검은 고양이 네로’를 얼핏 들으면 ‘껌은 고양이 뇌로’로 들린다고 해서 만들어진 넌센스였을 것이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듯 고양이는 우리와 친숙한 동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중세 서양인들은 마녀들이 희생자들에게 주문을 걸기 위해 고양이로 변신했다고 믿었다. 일종의 미신이긴 하지만 마녀사냥이 한창인 시절에는 고양이까지도 같이 학살당했다는 기..
능지처참 능지처참/티모시 브룩/너머북스/2010년 1904년 가을, 왕 웨이친(王維勤)을 처형장으로 데리고 가는 행렬은 베이징 성내에서 시작해 선무문(宣武門)을 지나 남쪽 ‘채소시장 입구(菜市口)’로 알려진 큰 시장 교차로까지 이어졌다. 중년 남자인 죄수는 북양군(北洋軍) 분대에 속해 있던 병사들과 함께 방책이 쳐진 수레를 타고 도착했다. 형부(刑部)에서 파견한 관리들도 이 행렬과 함께했다. 이 쌀쌀한 아침, 형부 관리들의 임무는 날이 밝기 전 교차로 옆에 미리 설치해 놓은 차양 아래에서 죄수 처형 절차를 감독하는 일이었다. 죄수를 처형하기에 앞서 형부 관리 한 명이 그의 범죄를 청(淸) 왕조의 대법전인 《대청율례(大淸律例)》에 정한 죄목과 언어를 사용하여 읽었다. 청 정부가 법의 테두리 내에서 내린 가장 가혹한..
30년대 흉가에 투영된 21세기 싱글맘의 현실 흉가/최정희/193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아빠나 엄마 중 한 명과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 즉 싱글맘, 싱글대디 가구가 159만에 이른다고 한다. 10년 전에 비해 47만 가구가 늘어난 수치로 이 중 싱글맘 비중이 78%라고 하니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가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여기에 국가의 정책적 지원도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싱글맘, 싱글대디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버거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싱글맘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싱글맘이 느끼는 가장 큰 사회적 장벽은 무엇일까. 싱글대디..
민초들의 희망을 허무주의적 시선으로 그려야만 했던 이유 사평역/임철우/1983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댐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
자살을 보는 삐딱한 시선, 과연 바람직한가 정미경의 /2012년 작년은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물류센타에서 배송기사 한 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입기사로 들어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을 때였다.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게 했고 눈에는 늘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맺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랬을까? 삶의 끈을 잡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그렇게 힘들었을까? 이래저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또 한 번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번에는 늘 나와 출퇴근을 같이 하던 동료였다. 가끔씩 자신을 둘러싼 힘겨운 삶의 얘기들을 털어놓긴 했지만 그럴수록 더 웃고 누군가에게 더 살갑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던 친구였는데…. 한동안 직장 내에서는 두 건의 자살 사건이 화제의 중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