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미

(2)
피리부는 사나이, 마르시아스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은 쥐가 많아 골칫거리였다. 심지어 쥐들이 사람들까지 공격하니 하멜른 시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멜른 시 당국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때 초라한 차림의 낯선 남자가 하멜른을 방문했는데 그는 시장에게 도시의 모든 쥐들을 없애줄테니 금화 천냥을 요구했고 시장은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장은 내심 설마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남자의 제안은 허언이나 허풍이 아니었다. 남자가 도시 곳곳을 다니면서 피리를 불자 쥐들이 남자를 따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도시의 모든 쥐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쥐들을 강가로 끌고가서 모두 물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 마르시아스 도시의 골칫거리가 해결되었지만 시장은 처음에 했던 약속을 지키..
집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성미의 시 '집의 형식' 코끼리의 발이 간다. 예보를 넘어가는 폭설처럼, 전쟁의 여신처럼, 코끼리의 발은 언제나 가고 있다. 코끼리의 발이 집을 지나가며 불평한다. 더 무자비해지고 싶어. 비켜줄래? 거미의 입이 주술을 왼다. 거미는 먼저 꿈을 꾸고 입을 움직인다. 너의 집에서 살고 싶어. 너의 왕처럼, 너의 벽지처럼. 푹퐁이 모래언덕을 따끈따끈하게 옮겨놓을 때, 나의 집이 나를 두고 무화과 낯선 동산으로 날아가려 할 때. 나는 모래의 집을 지킨다. 매일 거미줄을 걷어내고 코끼리가 부서뜨린 계단을 고친다. 가끔 차표를 사고 아침에 버리지만. 상냥한 노래는 부르지 않을래. 폭풍에게 정면을 내주지 않을래. 코끼리를 막을 힘이 나에겐 없지. 코끼리의 발이 코끼리의 것이 아닌 것처럼. 거미는 나를 쫓아낼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