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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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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지배의 흔적이 남아있는 풀꽃 이름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이윤옥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우리 겨레는 오래전부터 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해왔다. 당연히 오랫동안 불러온 우리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의 일환으로 우리 산야의 식물들이 채집하고 이름 붙이면서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식물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학명에는 일본 학자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같은 저속한 이름은 일본 이름을 번역한 것이다. 심지어 번역조차 엉터리인 것이 많다. 광복 70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 풀꽃 이름은 아직도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및 관련 기관은 이 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은 “예전부터 써오던 이름은 바꾸면 ..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두 여인의 서로 다른 선택 최인욱의 /1948년 진영은 호주머니 속에서 휴지를 꺼내어 타다 마는 사진 위에 찢어서 놓는다.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다. 사진이 말끔히 타 버렸다. 노르스름한 연기가 차차 가늘어진다. 진영은 연기가 바람에 날려 없어지는 것을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었다. 내게는 다만 쓰라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무참히 죽어 버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진영의 깎은 듯 고요한 얼굴 위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겨울 하늘은 매몰스럽게도 맑다. 참나무 가지에 얹힌 눈이 바람을 타고 진영의 외투 깃에 날아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 내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지.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진영은 중얼거리며 참나무를 휘어잡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다. 1957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박경리의 소설..
이 겨울 따끈따끈하게 녹여줄 소설 뭐 없을까요? 잠깐의 외출에도 칼바람이 겹겹이 두른 갑옷을 뚫고 살갗을 파고듭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더니 옛말인가 봅니다. 그래도 어릴 적엔 이 말이 맞아들어가는 게 신기했는데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순리마저 왜곡시켜 버린 것 같아 씁쓸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대개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돌아올 월요일에 마음이 초초해지곤 하는데 저는 일요일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녁에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1년이 넘게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아직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이 신이 부여해준 인간의 순리라면 이 일을 접는 순간까지 일요일 아침이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판도라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열어젖힌 상자에서 여태 튀어나오지 못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그 무엇이 있기에 스스로를 위..
낙화(落花)가 더 아름답더라! 봄이면 갈마동 국민생활관 담벼락에는 개나리 군락이 주변까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이곤 한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낼 여유라도 가질라치면 늘 노란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상큼한 초록이 대신하고 있었는데....오늘은 우연히 담벼락 아래 떨어진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흙에서 바로 피어난 노란 새싹처럼 봄빛에 또 하나의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청춘만이 아름다움을 독식할 권리는 없는 것 같다. 무르익을수록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있기에 인생이 아름답지 않을까? 지친 일상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