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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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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알싸한 그 냄새의 정체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누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유정의 소설 중에서- 1936년 『조광』 5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소설 은 산골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의 주인공 '나'와 점순이의 순박한 애정행각을 해학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삶의 기반을 잃고 떠도는 가난한 사..
순수한 열일곱, 그들의 사랑이 슬픈 이유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동백꽃』/「조광」7호(1936.5)/창비사 펴냄 김유정은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고골, 루쉰 등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짧은 생을 살다간 김유정이 왜 그토록 기층민중의 삶을 묘사하는 데 집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유정이 그려내는 소설들은 농민소설이라기보다 농촌소설에 가깝다. 김유정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농촌현실에 대한 냉혹한 비판보다는 그 농촌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는 민중들의 순박한 삶이기 때문이다. 한편 유쾌한 해학이 곁들여진 김유정의 농촌에는 슬픔이 있다. 김유정의 소설은 잔잔한 미소, 때로는 박장대소 하고 읽다 보면 알 듯 모를 듯 식민지 농촌현실이 영화필름처럼 머리 속을 채우기 시작한다. 김유정표 해학이 주는 매력이다. 소설 『동..
강원도의 힘, 생활진보의 메카로 거듭나나! 제50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1998년작 [강원도의 힘]. 남녀 주인공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지루한 일상의 탈출구로 선택한 곳이 바로 강원도였다. 왜 하필 강원도였을까? 아마도 천혜의 자연에서 발산하는 무한 에너지로의 끌림은 아니었나싶다. 어찌됐건 이 영화 이후 '강원도의 힘'은 강원도를 상징하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었다. 최근 영화 속 '강원도의 힘'은 현실에서도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북한과 접해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만년 보수 도시로 이름을 날렸고 이 보수의 장벽은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강원도가 새로운 정치와 교육 실험의 메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강원도는 젊은 개혁 도지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