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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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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막지못한 사랑, 히쿠와 카웰루 아무리 초월적 힘이 발휘되는 신화지만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칙이 하나 있다. 흔히 지하세계로 표현되는 죽음이다. 지상과 천상에서 최고의 권위를 누리는 신일지라도 지하세계만은 간섭할 수 없다. 물론 한번 지하세계(죽음)로 내려가면 다시는 이승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 다만 예외는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연인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간 오르페우스가 있고,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간 적이 있다. 마야 신화에서는 스발란케와 우나푸 쌍둥이가 지하세계인 시발바를 처들어가 죽음의 신들을 물리친 일도 있다. 그 중에서도 헤르메스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 신화를 통틀어 봐도 헤르메스처럼 지하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신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어쨌든 헤르메스를 ..
얼마나 달라졌을까? 詩 '휴일특근' 같이 일하는 형님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 나를 불렀다. 한손에는 급여명세서가 들려 있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몇 퍼센트 올랐다는데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설마요?' 하면서 급여명세서 좀 볼 수 있냐고 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선뜻 자신의 급여를 공개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한참 고민 끝에 보여준 급여명세서는 도통 알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식비나 교통비, 직무 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은 사라지고 급여총액과 공제금액뿐이었다. 아, 뉴스에서 보던 꼼수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더니 이런 식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니 작년 월급과 큰 차이가 없을 수밖에.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중 90% 이상은 최저임금 노동자다..
'연가'의 유래가 된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사랑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여름날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한번쯤 불러봤을 노래 '연가'다. 낭만 가득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 중 하나다. 하지만 마냥 즐겁게만 불렀던 '연가'의 가사를 제대로 음미해본 독자가 있을까? 영화 '국가대표'를 본 독자라면 영화 삽입 음악 중 '연가'를 기억할 것이다. 스키점프 선수였던 봉구가 저녁 하늘을 새처럼 비상하는 장면에서 아련한 선율이 흘러나오는데 분명 음은 우리가 알던 '연가'가 맞는데 가사도 느낌도 흥겨웠던 여름 날의 추억과는 전혀 새로운 노래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때 흘러나온 ..
식민지배의 아픔이 있는 술, 발체의 신 아칸 마야 신화▶고대 마야 문명 (BC 2000년~ AD 16세기 초)은 당시로써는 가장 진보되고 흥미로운 문명 중의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10세기 이후 마야 문명은 그 막을 내렸다고 본다. 일부 생존한 마야족 후손들이 멕시코 중앙고원에서 유카탄 반도 지역으로 이동해 16세기 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찬란했던 과거의 문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리멸렬했기 때문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고대 사원이나 그 유명한 마야 달력 말고도 마야족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와인이나 포도주를 소개하기 전부터 상당한 술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술과 중독의 신 아칸(Acan)은 마야 만신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칸은 고대 마야인들이 즐겨 마셨던 술 발체(Balche)와 깊은 관련을 맺고..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양산백과 축영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아니 우주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사는 한 삶의 영원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분명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인류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다. 좁게는 남녀간의 사랑에서부터 가족간의 사랑, 동료간의 사랑 더 나아가 나라간 사랑까지. 그렇다고 사랑이 이름 그대로 아름다울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때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웃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울기도 한다. 사랑에는 희극과 비극이 공존한다. 오히려 비극적인 사랑에 카타르시스를 더 느끼기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이 그렇다. 사실 세익스피어가 을 쓰기 전부터 또 그 이후에도 사랑의 비극은 결코 드물지 않은 삶의 풍경 중 하나다. 세익스피어가 문학적으로 승화시켰을 뿐. 중국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