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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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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만들어낸 세계, 유토피아 엘포의 유토피아 기행/엘포 지음/우현주 옮김/서해문집 펴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2009년, 이탈리아의 만화가 엘포(본명 잔카를로 아스카리)는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무한경쟁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1880년대 라파르그의 글은 마치 지금 이 시대를 위한 것만 같았고, 이에 영감을 얻은 그는 인류 역사상 더 나은 미래, 즉 유토피아를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엘포의 관점은 이제까지의 유토피아 이야기와는 그 결이 다르다. 플라톤의 《국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비롯한 유토피아 소설들, 20세기 공산주의 국가들의 ‘이상으로서의 유토피아’가 기존의 유토피아 담론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엘..
식민 지배의 흔적이 남아있는 풀꽃 이름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이윤옥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우리 겨레는 오래전부터 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해왔다. 당연히 오랫동안 불러온 우리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의 일환으로 우리 산야의 식물들이 채집하고 이름 붙이면서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식물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학명에는 일본 학자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같은 저속한 이름은 일본 이름을 번역한 것이다. 심지어 번역조차 엉터리인 것이 많다. 광복 70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 풀꽃 이름은 아직도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및 관련 기관은 이 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은 “예전부터 써오던 이름은 바꾸면 ..
우리가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빚 체제의 이면 빚의 마법/리차드 디인스트 지음/권범철 번역/갈무리 펴냄 우선 저자가 말하는 빚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빚짐은 빚과 어떻게 다른가? 저자의 구분에 따르면, 빚(debt)이 “셀 수 있”는 “좁은 경제적 개념”이라면 빚짐은 “현실의 빚[채무]들로 환원될 수 없는 책임과 사회적 귀속 그리고 상호 의존의 차원들을 나타”내는 “보다 넓은 존재론적 개념”이다. 즉 빚짐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들이 형성하는 다양한 협력적 관계들, 상호 유대들, 그리고 그 유대들이 가능하게 만드는 집합적 능력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 빚짐은 우리에게 자신의 그러한 생산적, 구성적 힘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니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그러한 빚짐과 빚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
일확천금이 헛된 꿈임을 입증해주는 방정식도 있다 세상의 모든 공식/존 M. 헨쇼 지음/이재경 옮김/반니 펴냄 1986년 1월 28일, 미국에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 폭발하면서 7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하는 우주계획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최고의 기술과 천문학적 비용이 집약된 곳이 바로 미국우주항공국일 것이다. 그런 곳에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재해 연구가들은 챌린저호 폭발사고 같은 대참사의 이면에는 대개 ‘실패 사슬’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패 사슬이란 일련의 사건이나 상황이 얄궂게도 한꺼번에 겹쳐 일어나 비극을 낳는 것을 말한다. 거기에는 부품 결함, 기계 오작동, 사람의 과실, 특이 기상, 소통의 부재(또는 잘못된 소통) 등이 두루 포함된다.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