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3 Page)

저녁별의 신 헤르페로스의 아들 케익스와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딸 알키오네는 테살리아의 왕과 왕비였다.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였지만 어느 날 케익스의 주변에 안 좋은 일이 반복되곤 했다. 케익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아보기로 결심하고 먼 여행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오니아해에서 거센 파도를 만나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알키오네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며 헤라 여신의 신전에서 매일같이 기도를 했다. 헤라 여신은 이런 알키오네가 가여웠던지 잠의 신 힙노스에게 알키오네의 잠 속으로 들어가 남편의 소식을 알려주라고 부탁했다. 힙노스는 아들 모르페우스를 불러 헤라 여신의 부탁을 실행해 옮기도록 지시했다. 모르페우스는 완벽하게 케익스의 모습으로 변장한 뒤 알키오네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신은 이미 죽은 몸이라고 말해 주었다.


도플갱어 모르페우스 


잠에서 깨어난 알키오네는 비로소 케익스의 죽음을 깨닫고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 때 멀리서 남편의 시체가 파도에 떠밀려 오는 것을 보고는 남편에게 가고자 바닷가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둘의 비극적인 사랑을 안타깝게 여긴 신들은 이들 부부를 물총새로 변신시켜 주었다고 한다. 앞서 보았다시피 이 비극적 사랑의 한 가운데 있었던 신이 바로 모르페우스이다.

모르페우스(Morpheus)꿈의 신으로 잠의 신 힙노스와 카리테스 중 한 명인 파시테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형제로는 포베토르와 판타소스가 있는데 이들도 꿈의 신으로 통한다. 다만 모르페우스는 꿈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포베토르는 동물의 모습으로, 판타소스는 사물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다. 모르페우스는 꿈이라는 개념이 의인화된 신으로 그리스어의 형태’, ‘모양을 뜻하는 모르파이(Morpha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꿈 속에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의 모습이 되어 나타난다는 뜻이다. 요즘 말로 하면 완벽한 도플갱어인 셈이다.

 

그렇다고 모르페우스가 영원히 꿈 속에만 있다면 잠이 든 인간들은 죽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것이다. 무지개 여신 이리스가 모르테우스를 깨우곤 한다. 하늘과 땅에 걸쳐 있는 것이 무지개듯이 이리스는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전령이라고 할 수 있다.

 

잠도 꿈도 부족한 사회

 

1805년 독일의 호학자 르튀르너가 약국 실험실에서 아편으로부터 최면성 성분인 모르핀(Morphine)을 발견했는데 꿈의 신 모르페우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에 정복당한 인간들이 가장 먼저 빼앗긴 것이 바로 이다. ‘은 정복당하거나 통제되지 않은 인간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계의 지배를 거부하고 소수의 반란군을 이끄는 지도자의 이름이 바로 모피어스즉 모르페우스에서 따온 꿈을 꾸는 자였다. 어쩌면 지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피지배자들의 통제되지 않은 아니 통제할 수 없는 이 아닐까?

하지만 현대인들은 잠도 꿈도 턱없이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청소년 때는 학업 스트레스로, 청년 때는 취업 스트레스로, 그리고 중장년이 되어서는 직장과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죄로 제우스로부터 코카서스 산에 매달려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도 하룻밤 자고 나면 간이 다시 되살아나듯이 인간에게 수면은 건강한 삶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나치면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충분한 수면이 있어야 꿈도 꿀 수 있는 것이다. 비틀즈의 불후의 명곡 예스터데이도 폴메카트니가 꿈에서 들었던 멜로디를 악보에 그대로 그려 탄생했다고 하지 않은가! 심지어 학창 시절 마치 노래 가사 외우듯 줄줄 꿰고 있었던 원소 주기율표도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꿈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참고로 모르페우스의 집에는 상아로 만든 문과 뼈로 문이 있다고 한다. 모르페우스가 상아로 만든 문으로 나오면 기억에 남는 꿈을 꾸고, 뼈로 만든 문우로 나오면 기억하지 못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결코 통제하거나 통제되어서도 안될 꿈. 이 꿈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생각난다. 아무리 모피어스가 최면을 걸어도 자신이 세상을 구할 구원자임을 알지 못하지만 매트릭스 세계에 저항하면서 스스로의 잠재력을 깨닫기 시작하고 드디어 철저한 자신의 깨달음에서 구원자로 태어나게 된다. 꿈도 마찬가지다. 수면 속이 아닌 현실에서의 꿈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 잠 좀 자게 해 주시오.◈사진>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의 '모르페우스와 이리스',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출처: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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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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