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2 Page)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동물이 있다. 바로 말[馬]이다. 게다가 귀족 스포츠라는 승마와 얽혀 있으니 부정적 이미지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驛]의 한자 표기에서 보듯 말은 예로부터 인간에게는 주요한 교통 수단의 하나였다. 전쟁에서는 무기 이상의 역할을 했던 것이 말이었다. 오히려 어떤 동물보다 신성시했던 게 말이었다. 하루에 천리나 달린다는 전설의 말 '천리마'가 있었고 용의 모습을 갖춘 '용마'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나라 목왕이 곤륜산의 서왕모를 만나기 위해 타고 갔다는 수레를 끈 동물도 말이었는데 여덟 필로 '팔준마'라고 불렀다. 발이 흙에 닿지도 않았고, 그림자보다도 앞서 달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날개를 갖고 있기도 했고, 구름을 타고 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신성한 존재로서의 말은 우리나라 건국신화에서도 볼 수 있다. 진한 땅의 여섯 마을 우두머리들이 알천 상류에 모였는데 군왕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높은 언덕에 올라 멀리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양산 기슭에 있는 우물가에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흰 말이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여섯 마을 우두머리들이 급히 그 우물을 찾았는데 자줏빛 알이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오자 놀란 말은 하늘로 올라갔고 그 알을 깨뜨리자 사내아이가 나왔다고 한다. 여섯 우두머리들이 그 아이를 목욕시키니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새와 짐승이 더불어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 사내아이가 바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왕이었다.


발이 여덟 개 달린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


신성한 존재로서의 말은 서양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가 그랬고, 벨레로폰의 말 페가수스가 있었다.

슬레이프니르(Sleipnir)는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아버지로 통하는 오딘(Odin)의 말로 이름 그대로 여덟 개의 발로 미끄러지듯이 달려 하늘 뿐만 아니라 저승까지 날아갈 수 있었던 백마라고 한다. 신 중의 신이 탔던 말인만큼 그 탄생도 예사롭지가 않다. 


서리거인을 물리치고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신들은 미드가르드(Midgard)에 모여 살았는데 어느 날 한 목수가 미드가르드를 방문해서는 거인들의 침략을 막기 위한 성벽을 쌓겠다고 제안했다. 아무리 신들이라지만 방대한 미드가르드를 둘러싼 성벽을 만드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신들은 그 목수의 제안에 동의했는데 그 목수도 아무 댓가 없이 성벽을 지어줄 수는 없었다. 목수는 성벽을 쌓아주는 댓가로 태양과 달, 미와 다산의 여신 프레이야(Freyja)를 요구했다. 신들은 아무리 재주가 좋은 목수라도 이 방대한 성벽을 설마 완성할 수 있겠냐 싶어 목수의 제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신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목수는 그가 데려온 명마 스바딜페리(Svadilfari)와 함께 성벽을 거의 다 완성해 갔다. 


신들은 이대로 가다간 태양과 달과 프레이야를 뺏길 수 있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신들은 목수의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했던 로키(Loki)에게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난감해진 로키는 목수가 쉽게 성벽을 완성해 가는 데는 명마 스바딜페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한 가지 꾀를 내어 암말로 변신해 스바딜페리를 유혹했다. 암말로 사랑에 빠진 스바딜페리는 일을 게을리 했고 기한 내에 성벽을 완성할 수 없게 되자 목수는 드디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목수는 다름 아닌 신들의 적 거인이었다. 천둥의 신 토르(Thor)는 신비의 망치 묠니르(Mjolnir)로 거인을 해치웠고 잠시 후 로키가 다리 여덟 개 달린 새끼 말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 말이 슬레이프니르였는데 로키가 변신한 암말과 거인의 명마 스바딜페리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밤하늘 별자리가 된 말, 페가수스

북유럽 신화에 슬레이프니르가 있다면 그리스 신화에는 페가수스(Pegasus)가 있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자신이 손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는 공주 다나에(Danae)와 황금비로 변신한 제우스(Zeus)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세우스(Perseus)를 궁궐에서 쫓아냈다. 정처없이 떠돌던 페르세우스는 어느 날 한가지 임무를 맡게 되는데 메두사(Medusa)의 머리를 갖고 오라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수천 마리의 뱀으로 되어 있고 그녀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상대를 돌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Athena)의 도움으로 메두사를 물리치게 되는데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아테나가 준 방패에 비친 메두사를 보고 검을 휘둘러 메두사의 목을 베었다고 한다. 이 때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명마 페가수스가 태어났다고 한다.


페가수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벨레로폰(Bellerophontes)이다. 코린토스의 왕자였던 벨레로폰은 형을 죽이는 죄를 짓고 궁궐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잠시 피해있던 아로고스에서 왕비로부터 유혹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벨레로폰은 왕비의 유혹을 거부했고 자존심이 상한 왕비는 아르고스의 왕 프로이토스(Proetos)에게 벨레로폰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화가 난 프로이토스는 벨레로폰을 응징하기로 마음 먹는데 어느 듣보잡과 왕비가 불륜에 빠졌다고 알려지는 게 두려워 장인인 리키아의 왕 이오바테스(Iobates)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의 딸을 유혹한 벨레로폰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다.

불륜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건 남편이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 이오바테스는 당시 리키아의 골칫덩어리였던 키마이라(Chimaira)라는 괴물을 퇴치해 줄 것을 벨레로폰에게 부탁한다. 이런 음모를 몰랐던 벨레로폰은 덥석 이오바테스 왕의 부탁을 수락했다. 하지만 키마이라는 보통의 괴물이 아니었다. 상체는사자, 하체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입에서는 불을 뿜어내는 괴물이었다. 페가수스 관련 이야기에서 꼭 등장하는 신이 아테나다.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벨레로폰의 꿈에 아테나가 나타나 황금 말고삐를 건네주었다.


벨레로폰은 아테나의 황금 말고삐 때문에 천방지축 페가수스를 길들일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키마이라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 벨레로폰은 리키아의 영웅이 되었고 리키아 공주와 결혼해 차기 왕위 계승자가 되었다. 주변의 찬사에 너무 도취했을까? 이 때부터 벨레로폰은 안하무인 아니 천상의 세계까지 넘보게 되었다. 급기야 페가수스를 타고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까지 간 것이다. 벨레로폰이 신들의 세계까지 넘보는 데 화가 난 제우스는 작은 벌레 한 마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물게 했다. 벌레가 물자 깜짝 놀란 페가수스는 몸을 비틀었고 벨레로폰은 페가수스 등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제우스는 페가수스를 데려다 벼락과 천둥을 운반하는 일을 시켰다고 한다. 또 페가수스가 죽은 뒤에는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페가수스 자리라고 한다.


별자리 페가수스가 말이 뒤집혀진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천하의 명마 페가수스가 한 마리 작은 벌레에 물렸을 때 깜짝 놀란 모습이라고 한다. ◈사진> 오딘과 슬레이프니르, 벨레로폰과 페가수스, 페가수스 별자리. 출처>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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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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