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1071 Page)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인지상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선한 자와 악한 자가 죽어서 가는 곳도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선한 자가 죽어서 하늘 나라로 가고 악한 자는 죽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선한 자가나락으로 떨어진다거나 악한 자가 하늘 나라로 간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지하 저 깊은 곳에는 '타르타로스'라는 지옥이 있다고 한다. 사실 타이타로스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계보를 따지자면 태초의 하늘의 신 아이테르와 대지의 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으로 최상위에 속하는 신이다. 아마도 신들이 보기에 인간은 늘 영악하고 무례하고 싸우기를 좋아해서 하늘과 땅에 이어 지옥을 서둘러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아무튼 타르타로스는 신을 배반한 자들이 떨어져 유폐되는 암흑 세계를 의미한다. 모든 강들은 이 타르타로스로 흘러들어가고 또 흘러나온다고 한다. 스크라테스에 의하면 강물이 그 근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끊임없이 흐름을 계속한다고 한다. 특히 이 타르타로스로 흘러들어가고 흘러나오는 강 중에서 유명한 4개의 강이 있는데 오케아노스, 아케론, 피리플레게톤, 스티기오스(스틱스)가 바로 그것이다.

오케아노스
대양(Ocean)의 어원이 된 강으로 오케아노스는 땅을 빙빙 돌면서 흐른다. 즉 바다를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케아노스는 바다의 신을 의미한다. 아마도 그리스 사람들은 지중해를 오케아노스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케론
오케아노스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강이다. 아케론은 저승의 강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이승과 저승을 연락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케론강은 여러 사막 지대를 거쳐 땅 밑으로 흐르다가 아케루시아스호(湖)로 흘러들어간다. 인간도 죽으면 그 영혼이 이 곳으로 흘러들어가는데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이승에서 짐승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동서의 교류가 전무했을 수천년 전 서양인들의 생각이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에 피부색과 언어로 차별하고 차별받는 인간세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신들이 저승(타르타로스, 나락)을 그토록 일찍 만들지 않았을까 상념해 본다.
이 아케론강에는 우리의 저승사자와 같은 뱃사공이 한 명 있다. 바로 카론으로 인간이 죽으면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피리플레게톤
해석하면 '불붙는 강'이라는 의미다. 즉 용암을 분출시켜 화산을 만드는 강으로 오케아노스와 아케론 중간 지점에서 솟아올라 땅 주변을 흐르다가 아케루시아스호에 다다르게 되는데 피리플레게톤은 이 호수의 물과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땅 속을 여러차례 돌다가 타르타로스의 가장 낮은 곳으로 들어간다.
화산은 인간에게 분노한 신의 심판은 아닐런지....

스티기오스(스틱스)
저승을 에워싸고 흐르는 강으로 검푸른 빛깔을 띠고 있으며 무섭고 황막한 지하세계를 흐른다. 피리플레게톤의 맞은 편을 흐르며 피리플레게톤과 마찬가지로 아케루시아스호에 흘러들지만 이 호수와 섞이지 않고 타르타로스로 흘러들어간다.
많은 시인들이 코키토스(탄식의 강)라고 부르는 강이 바로 스티기오스이다.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인 [일리아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도 이 스티기오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많이 사용되는 '아킬레스건(발뒷꿈치 힘줄)'의 어원이 된 그리스의 영웅이 바로 아킬레우스이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지혜의 여신 테티스이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가 어릴 때 인간인 아들 아킬레우스에게 불멸의 생명을 주기 위해 발목을 잡고 스티기오스강에 거꾸로 담갔다가 꺼냈다고 한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신과 같은 능력을 얻었지만 테티스가 잡고 있던 발뒷꿈치만은 스티기오스 강물에 닿지 않아 그 부분만 유일하게 인간의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선수의 '유일한 약점'을 '아킬레스건'이라고 표현한다. 

지옥을 흐르는 네 개의 강 이야기는 플라톤의 저서 [파이돈]에 실려있다.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기 전 제자들에게 이 그리스 신화를 얘기해 준다. 왜? 인간의 영혼은 불멸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설파한 후 이승에서의 삶에 따라 이 네 개의 강에 이르러 아케루시아스 호수에 흘러들어가기도 하고 타르타로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함', '저절로 그렇게 됨'을 의미한다. 철학적 개념으로는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인위적인 것을 배격한 장자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자연을 살리기 위해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자연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떤 과학적 진보와 문명의 이기도 훼손된 자연을 되살릴 수는 없다. 아무리 오염된 자연일지라도 인간의 간섭만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치유하고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수조원을 들여 되살린 한강과 포화 속에서 풀 한포기 자라기도 버거웠던 비무장 지대를 흐르는 임진강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4대강 사업도 인간의 탐욕을 거두지 않는 한 지옥(타르타로스)을 흐르는 死대강이 될 게 뻔하다.

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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