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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이지스함을 '신의 방패'라고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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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을 들인 이지스함이 소음이 커 적의 기뢰나 어뢰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이 납품받은 이지스함은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서애유성룡함으로 가변추진기(프로펠러)에서 기준치 이상의 소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지스함의 프로펠러가 수중소음발생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전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요즘 공직사회의 각종 비리들이 ○○ 마피아란 이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핵심전략인 이지스함 도입에도 이런 하자가 있었고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실전에 배치했다는 것은 어느 분야보다 그 심각성이 더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지스함은 기존의 대형 전투함에 미국에서 개발한 최신예 해상전투 체계인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해군 군함으로 각국이 도입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해상전력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이지스 시스템이란 대공·대함·대잠수함전의 수행 뿐만 아니라 함정 바깥과의 정보 교환을 통제하고 함정의 전투행동을 총괄하는 전천후 통합 시스템으로 목표의 탐지, 전투명령, 교전을 일괄적으로 통합한 전투체계를 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지스함을 신의 방패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지스함을 이렇게 부른 데는 전천후 통합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지스함의 유래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지스함의 이지스(Aegis)’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사진>국방일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따르면 아이기스(Aegis)는 제우스와 아테나가 가지고 다니는 신물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에게 만들어준 방패라고 하는데 그 진실에 대한 기록은 불분명하다. 어쨌든 아이기스는 벼락에 맞아도 끄떡 없었고 흔들면 폭풍이 일어나고 사람들 마음에 공포를 심어주었다고 한다. 한편 제우스의 딸인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아이기스를 옷으로 만들어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물, 즉 제우스의 방패를 비롯해 올림포스 천궁과 태양신 헬리오스의 태양마차, 아폴론의 활, 아르테미스의 창 등은 모두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이다. 한편 그리스 신화가 전하는 제우스와 아테나, 헤파이스토스의 관계도 흥미롭다.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까지 최고의 추남으로 이름 높은 헤파이스토스는 헤라의 아들이다. 문제는 헤라의 아들이지만 헤라의 남편인 제우스의 아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혈연만 따졌을 때 말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제우스는 신 중의 신인 자신에게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지혜의 신 메티스를 삼켜버린 적이 있다. 메티스의 잔소리가 싫기도 했지만 메티스의 지혜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어느 날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포스의 어느 신도 제우스의 머리가 아픈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방패 '아이기스(Aegis)'. 사진>구글 검색 

 

황당하겠지만 제우스와 메티스의 아이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안 신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였다. 헤르메스는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제우스의 두개골을 조금 까내게 했다. 이렇게 태어난 신이 바로 지혜의 신이자 전쟁의 신이었던 아테나였다. 아테나의 탄생도 그리스 신화 최고의 바람둥이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이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헤라도 똑 같은(?) 방식으로 자식을 하나 낳았다. 즉 제우스가 그랬듯이 헤라도 남성의 씨를 받지 않고 아들을 낳은 것이다. 이 아들이 바로 헤파이스토스다. 이 이야기를 유심히 읽은 독자라면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을 것이다.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바람에 맞바람으로 대응한 헤라의 아들인데 어떻게 제우스의 딸 아테나가 태어날 때 헤파이스토스가 산파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전후 관계가 전혀 맞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지금 신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삼첨포행 발걸음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면, 벼락에 맞아도 끄떡 없었다는 제우스와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Aegis)가 뜻밖에도 염소 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크레타섬 이데산에서 제우스를 기른 것으로 알려진 님프이자 염소였던 아말테이아의 가죽이라고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아이기스가 적에게는 공포감을 일으키면서도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자리는 뱀의 머리들로 가운데는 보는 이는 누구든 돌로 만들어 버리는 메두사의 머리를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이지스함이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유다.

 

한편 아이기스와 비슷한 성격의 신물로 케스토스 하마스가 있는데 마법의 허리띠라는 말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매고 다녔다. 아프로디테가 케스토스 하마스를 매고 유혹하면 그 어떤 신 뿐만 아니라 인간도 헤어날 길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람둥이가 제우스였다면, 얼굴값 제대로 한 신이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이런 아프로디테의 남편 중 한 명이 지상과 천상을 막론하고 최고의 추남이었던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였다면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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